윤증현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7년 전 본인이 만든 금융감독기구를 개편해야 하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리에 돌아와 다시 시험대 위에 서게 됐다.
윤 내정자는 지난 97년 IMF 당시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으로 재직하다 환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 5년간 변방에서 ‘와신상담(臥薪嘗膽)’해야 했다. 그러나 윤 내정자는 이후에도 꾸준히 주요 경제부처 수장은 물론 최근에는 우리금융그룹회장과 통합 증권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조기복귀가 점쳐졌었다.
그는 97년 재경원 고위간부 시절부터 강한 카리스마와 업무추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대학에서는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과장 시절부터 장관감이라는 평가를 받던 사람”이라며 “이정재 전 위원장이 보좌형이라면 윤 내정자는 뚝심 있는 보스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외적으로는 강하게 조직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안에서는 중요한 현안을 챙기는 선이 굵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내정자는 여전히 그를 둘러싼 ‘IMF 환란 책임자 중의 하나’라는 덫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보직에 대한 하마평에 수없이 오르내렸음에도 정작 낙마한 이유인 ‘IMF 덫’은 앞으로도 그가 넘어야 할 산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감독기구 개편과정에서 IMF 환란 책임론 등의 문제가 다시 한번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