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은총재 기자회견 전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달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 다음은 김 총재의 기자회견 모두발언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3.25%)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세계경제를 보면 신흥시장국 경제는 호조를 나타냈으나 미국, 유로지역 등 선진국 경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유럽지역의 과다채무국과 이들 지역에 익스포져(위험 노출)가 큰 유럽 은행 CDS 상승하는 등 위험 회피 경향이 짙어졌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나 유럽지역의 국가채무문제 확산 개연성, 주요국 경제의 부진 및 국제금융시장 불안 지속 가능성 등으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경제를 보면 수출은 높은 신장세를 지속하고 내수는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9월중 수출은 선진국 경기 부진에도 석유제품, 자동차 중심으로 호조를 지속해 일평균 수출액이 20억달러를 상회했다. 내수는 소비가 소폭 줄었으나 투자는 증가로 돌아섰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장기추세 수준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해외 위험요인의 영향으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증대된 것으로 판단된다. 9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가격 안정 등에 힘입어 지난달 4.3%로 전월보다 다소 낮아졌다. 앞으로 농산물가격 하락 및 전년도로부터의 기저효과 등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계속 높게 유지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으로 물가상승률의 하락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비슷한 3.9%를 기록했으며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9월중 주택매매가격은 수도권에서는 전월 수준이 유지되고 지방에서는 높은 오름세가 이어졌다. 전세가격은 수급불균형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도권과 지방에서 모두 상승률이 더욱 높아졌다. 고용사정은 9월중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추석 연휴 등 일시적 요인으로 축소됐으나 민간을 중심으로 한 개선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유럽지역의 국가채무문제 등 해외 위험요인에 대한 불안심리 등을 반영해 주가와 환율이 계속 큰 폭으로 변동했다. 장기시장금리는 국내외 경제의 성장세 둔화 우려, 외국인 채권매수 지속 등의 영향으로 소폭 하락했다. 앞으로 통화정책은 국내외 금융경제의 위험요인을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안정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 데 보다 중점을 두고 운용할 것이다. 오늘 한은의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금통위의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 다음은 김 총재와의 일문일답. -물가가 여전히 높은데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한가. ▦ 물가가 서서히나마 낮아지고 있다. 국내외 상황, 실물경제에 대한 판단에 따라 금통위가 정상화 노력을 계속 해나가겠다. 한 나라의 중립 금리라든지 숫자적인 생각은 하고 있지만, 대외적 변화에 상관없이 움직이는 게 과연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면밀한 분석이 이뤄진 다음에 가겠다. 국제경제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물가구성 3가지 요소 중 지금은 공급 측면 효과가 40~50%, 나머지는 수요 측면과 국민의 기대심리다.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관심이 있지만, 인플레가 고착화하지 않도록 근원물가에도 관심이 있다. 이것이 높아지는 한 금리정상화 의지가 변할 수 없다. -지난달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 지난달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미국, 유럽에서의 불안이 확산돼서 금융시장 불안을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가 많이 강조된다. 국내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이런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면밀한 판단이 필요해 좀 더 포괄적으로 앞을 내다보면서 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의견이 나왔나. ▦ 금리 인하 의견은 없었다. 금리 인하를 이야기한 것은 일부 투자은행(IB)에서 한국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것과 연결해 말한 것 같은데 경제가 언제 정상이고 전환점인지는 매우 포착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단선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경제의 변수 간 영향은 선형적, 단선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중앙은행은 항상 시기를 중장기로 보고 있다. -지급준비율 인상이 없다고 말했는데 생각에 변함없나. ▦ 지급준비율 인상이 없다고 말하기보다는 금리 중심적인 통화신용정책을 갖고 있다. 경제가 상당한 위기에 봉착했다든지 유동성이 단기에 많이 늘어난 경우 지급준비율을 가지고 할 수 있으나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금리정책이 통화정책의 중심이 돼야 하며, 구태여 지급준비율을 움직여본 들 효과에 큰 차이가 없다. 금리와 유동성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니다. 유동성 사정이 좀 완화적인 것인지 긴축적인 건지에 대한 질문에 통화정책의 기준은 완화적이라고 한 것이다. 금리정상화라는 현재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을 목표로 삼아서 간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을 금융기관 지원에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 외환보유액을 경제운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외환보유액 운용의 첫번째 기준은 안정성이다. 그다음이 유동성이고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 뒤에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동의하는 위기라는 인식없이 외환보유액을 쓰긴 어렵다. -외화보유액의 적정수준에 대한 생각은. ▦ 적정수준에 대해서는 누구도 답하기 어렵다. 외환보유액은 보험료와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어 문제발생 시 해결을 위한 것이므로 평시 기준에서 많고 적다고 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할 때는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이 크다. -미국 의회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 한ㆍ미 FTA보다 더 긍정적 효과를 가진 정책은 많지 않다고 본다. 그 이유는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괄목할만한 경제발전을 이룬 것은 대외지향적 발전전략 때문이며 그것이 지금 시점에서 나타난 것이 FTA다. 한국이 미국, 유럽연합(EU)과 FTA를 한다는 것은 매우 경이로운 일이다. 경쟁력을 키우려면 우리보다 우수한 사람과 경쟁해야 한다. 다만 어떤 정책이든 득과 실을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공유하느냐가 중요하다. -FTA가 어느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제조업은 이미 우리가 세계에서 괄목할만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서비스업은 아직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한ㆍ미 FTA는 전반적으로 (한국 산업을) 업그레이드시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가. ▦ 통화스와프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아예 화제로 안 삼는 것이 내가 택할 수 있는 길이다. 잘 알다시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때 금융ㆍ자본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첫번째로 기여한 것이 미국, 중국, 일본 간 통화 스와프다. 앞으로의 방향은 상대가 있는 만큼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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