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군부 쿠데타 이후 이뤄진 첫 태국 총선에서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정당이 승리했다.
23일 AP통신에 따르면 개표가 80% 진행된 현재 태국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탁신 세력이 창당한 국민의 힘당(PPP)이 총 480개 하원 의석 중 절반 이상인 230석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출구조사 등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반(反)탁신 계열의 아비싯 웨자지와 총재가 이끄는 민주당은 161석을 확보한 상태이며 나머지 의석은 군소정당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막 순다라벳 PPP 총재는 이날 총선 승리에 대해 “축출된 탁신 전 총리의 후임자들이 태국의 차기 정부를 이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탁신 전 총리는 홍콩에서 전화로 사막 총재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PPP는 군소정당과 연정하지 않고도 내각을 구성하게 됐다. 이는 내년 2월14일 귀국 의사를 밝힌 탁신 전 총리가 1년5개월의 망명생활을 접고 정계로 복귀하는 데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사막 PPP 총재는 앞서 “총선에서 승리하면 나는 총리직을 맡고 탁신 전 총재는 당 경제고문으로 위촉하겠다”고 밝혔었다. PPP는 탁신이 창당했던 타이 락 타이당(TRT)이 선거부정을 이유로 지난 5월 강제 해체된 후 탁신 계열의 정치인들이 새로 세운 정당이다.
PPP의 총선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현 군부가 세운 과도정부가 총선 결과에 개입해 민주당 주도의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쿠데타의 주역인 손티 분야랏끌린 현 안보담당 부총리는 앞서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PPP가 승리한다 해도 국가에 혼란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이 친ㆍ반 탁신세력 간의 갈등에 불을 붙여 군부에 또 다른 쿠데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