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가 있는 풍경/10월 4일] 오십세

'다산의 처녀' (민음사 刊)

나이 오십은 콩떡이다 말랑하고 구수하고 정겹지만 누구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 화려한 뷔페상 위의 콩떡이다 오늘 아침 눈을 떠 보니 글쎄 내가 콩떡이 되어 있다 하지만 내 죄는 아니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시간은 안가고 나이만 왔다 앙큼한 도둑에게 큰 것 하날 잃은 것 같다 하여간 텅 빈 이 평야에 이제 무슨 씨를 뿌릴 것인가 진종일 돌아다녀도 개들조차 슬슬 피해 가는 이것은 나이가 아니라 초가을이다 잘하면 곁에는 부모도 있고 자식도 있어 가장 완벽한 나이라고 어떤 이는 말하지만 꽃병에는 가쁜 숨을 할딱이며 반쯤 상처 입은 꽃 몇 송이 꽂혀 있다 두려울 건 없지만 쓸쓸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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