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월3일] 불확실한 재정부
최형욱 경제부 기자 choihuk@sed.co.kr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등 큰 정책 방향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와야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29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2기 경제팀의 경제 운용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허경욱 신임 재정부 1차관의 답변이다. 그는 "빨리 신임 장관이 와야 하는데…"라며 "언제까지 상견례를 미룰 수 없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 진화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처럼 우리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재정부는 사실상 업무 공백 상태다. 윤 내정자는 장관 취임 이전이어서 서울시내 예금보험공사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현안 파악과 오는 6일 열리는 인사 청문회 준비에만 열중하고 있다. 강만수 현 장관도 후임자를 의식해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재정부 1급의 절반가량이 빈자리다.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본부장 자리는 지난해 말부터 비어 있고 재정업무관리관ㆍ기획관리실장도 공석이다. 다른 1급 간부들도 배국환 2차관 교체설, 외청장 승진 가능성 등으로 뒤숭숭하다. 1급 자리가 비어 있거나 빌 예정이다 보니 국장들의 관심도 온통 인사 하마평에 쏠려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 정책을 펴기는 고사하고 일손조차 잡히지 않다는 게 재정부 공무원들의 고백이다. 문제는 이 같은 업무 공백 상태가 보름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윤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농지 취득 관련 의혹으로 만만찮게 흘러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재정부 안팎에서는 위기 상황인 만큼 강 장관과 윤 내정자가 사전 조율을 통해 1급 인사만이라도 미리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실정이다.
과거 1기 경제팀에 가장 많이 쏟아진 비판이 '시장의 신뢰 상실'이었다. 허 신임 차관도 당면한 위기극복을 위한 첫번째 과제로 '신뢰'를 꼽았다. 하지만 정책 당국이 신뢰를 받기 위한 최우선 조건은 불확실성의 해소다. 지금 같은 비상 시국에 인사 공백으로 중요한 의사 결정이 미뤄질 경우 2기 경제팀이 출발도 하기 전에 시장의 신뢰를 상당 부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