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최저가낙찰제 탓만은 아니다

최악의 위기에 빠진 건설업계에서 정부의 건설공사 발주제도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올 들어 가뜩이나 공공공사 발주가 줄어 어려운데 현행 제도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어려움이 더 심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작금의 건설업 위기는 한정된 시장에 비해 건설사가 지나치게 많은 탓이 크지만 정부 입찰제도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점을 알고 있는 정부 역시 다양한 입찰제도 개선안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최저가낙찰제다. 최저가낙찰제는 장단점이 분명한 제도다.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과당경쟁으로 인한 품질저하와 기업 수익 악화는 단점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폐해가 발생하는 최저가낙찰제를 대신하는 제도로 '최고가치낙찰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고가치낙찰제는 입찰가격 외에 기술ㆍ공기ㆍ품질 등 비가격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입찰제도다. 이는 발주자가 입찰참가회사의 기술력과 실상을 완전히 이해하고 시설물의 총생애주기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발주처의 상황으로는 당장 도입하기는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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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토목업에 종사하는 한 건설업체 실무자를 만났다. 그는 제도 자체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최저가낙찰제하에서 공사비를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발주처의 태도가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애초 제시한 공사비는 계약심사제와 예산절감 등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줄어들기 일쑤고 최초 공사비를 생각하고 공사를 시작한 건설사는 시간이 갈 수록 적자가 쌓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공사비 단가를 발주처가 마음대로 깎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표준품셈(품이 들어가는 수량과 가치 책정)'을 개정했다. 하지만 아무런 처벌 규정이 없다. 단지 '하면 안 된다'는 문구를 넣었다고 상황이 좋아질 리 만무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것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는다면 피해만 줄 뿐이다. 제도 개선에 앞서 운용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부터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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