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거래량 급감속 강남권·분당·용인 숨고르기<br>상승폭 낮았던 강북권·일산 지역 오름세 이어져<br>전문가들 "전세난 지속" VS "당분간 안정세" 팽팽
 | 강남권의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해진 반면 외곽지역의 값이 뛰는 등 수도권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일산신도시 전경. /사진=서울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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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후 수요가 주춤해지면서 호가가 1,000만~2,000만원가량 낮아졌습니다."(분당 정자동 K공인 관계자)
"전세 물건이 씨가 말라 아직도 대기 수요가 많습니다. 전셋값이 꼭지점에 도달한 분위기입니다."(서울 노원구 중계동 S공인 관계자)
수도권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ㆍ목동과 경기 분당ㆍ용인 등 그동안 전셋값 상승을 주도했던 지역이 '숨 고르기'에 접어든 반면 서울 강북권과 일산 등에서는 뒤늦게 강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입주물량 감소로 오는 2014~2015년까지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전세시장에 일찍 뛰어든 선(先)수요 거래가 이미 이뤄져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공급부족과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 대기 등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상승기조가 꺾이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지역별로는 오름폭 차이에 따라 상승과 조정이 번갈아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세 거래량 급감… 수요 줄었나=일단 통계상으로는 전세 수요가 한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지난해 11월 5,215건이던 것이 매달 줄어 현재 1,115건까지 내려앉았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봄철 신혼부부 및 학군 수요가 지난해 4ㆍ4분기부터 전세 시장에 뛰어들어 가격을 밀어올렸다"며 "적어도 당분간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셋값 진정세는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최고 5억원선에 거래됐던 송파구 잠실엘스 84㎡(이하 전용)의 경우 최근 4억7,000만원 이하로 가격이 조정됐다. 전세 물건 공급에 여유가 생겨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집도 여럿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강남권과 시장 흐름이 비슷한 분당ㆍ용인 지역에서도 전세 수요가 잦아들며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다. 용인 수지LG자이1차 83㎡는 연초 2억2,000만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2억원까지 거래가가 조정됐다. 신봉동 H공인 관계자는 "당장 호가를 내리는 집주인은 거의 없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가격 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분당 역시 사정은 비슷해 3억1,000만원선에 거래되던 정자동 상록우성 85㎡가 최근에는 2억9,000만원까지 내려갔다.
◇비(非)강남권 강세 이어져=반면 일산과 서울 노원ㆍ도봉ㆍ강북구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전세 상승폭이 낮았던 지역에서는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산 호수마을현대 84㎡의 경우 지난 1월 2억1,000만원선이던 전셋값이 최근 2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주변 식사ㆍ덕이지구의 대규모 입주 여파로 제자리걸음을 했던 물량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분위기다. 이 지역 D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보다 최근 상승세가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계동 건영2차 82㎡ 역시 지난해 말 2억원선이던 시세가 2억2,000만원까지 올랐다. 강남 등지에서 비싼 전셋값에 밀려난 수요자가 강북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아직은 대기수요가 남아 있어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최근 전세시장에는 봄ㆍ가을 '시즌'이 사라졌다"며 "일부 지역 전셋값이 숨 고르기에 접어들더라도 가을 수요가 시장에 빠르게 가세한다면 다시 한 번 급등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