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만한 책<br>지지 않는다는 말·세상에 예쁜 것·행자·월급전쟁…<br>30대 정치학 등 자기계발서·여행 관련 책도 관심
한가위 연휴는 바빠서 미뤄뒀던 책을 읽기에도 좋은 때다. 귀성ㆍ귀경으로 인한 피곤함부터 각종 명절증후군을 날려버리기에는 힐링(치유) 서적들이 제격이다. 쉬는 동안 경제와 정치분야의 이슈를 따라잡아 자신을 재정비하는 지혜를 구하거나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의 참맛을 찾기에도 책만큼 좋은 친구가 없다.
▦교통대란, 결혼ㆍ취업 압박, 시월드(시댁) 스트레스를 치유해주는 책◇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비채 펴냄)='맥주는 소설, 에세이는 우롱차'라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맥주회사가 우롱차를 만드는 기분으로 썼다"는 에세이집. 평소의 취미, 좋아하는 음식, 작품의 뒷얘기, 낯선 이국에서의 실수담 등 솔직한 삶의 이야기에서 인생을 좀 더 즐겁게 사는 방법을 엿볼 수 있다. 물론 따뜻한 위안도 얻을 수 있다. 1만3,000원.
◇지지 않는다는 말(김연수 지음, 마음의숲 펴냄)=소설가 김연수의 산문집에 빵집 아들이었던 그의 어린 시절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겪었던 사람과 사랑,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다 담겼다. 깊고 넓은 사색이 문장을 따라 흐르는 동안, 작가는 삶의 기쁨과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깨달음을 위해 매일 1시간씩 달리기를 권한다. 1만2,000원.
◇세상에 예쁜 것(박완서 지음, 마음산책 펴냄)=지난해 타계한 소설가 박완서의 '진짜 마지막' 산문집. 작가의 딸인 호원숙씨가 어머니의 서랍에서 찾아낸 '어떤 산문집에도 들어가지 않은 글 묶음'이 세상에 나왔다. 법정스님과의 인연과 그 삶을 회고하는 내용부터 피천득ㆍ이병주ㆍ박경리ㆍ장영희 등 작고 문인에 대한 회고, 손자에게 보낸 편지 등에서 저자의 온기어린 마지막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1만2,800원
◇행자(틱낫한 지음, 소담출판사 펴냄) =마음 속 평화를 일깨워주는 명상서로 유명한 틱낫한 스님의 첫번째 힐링소설. 관음보살의 현신인 '??암 티낀'의 전설을 소설로 풀어내며 가르침을 전한다. 여자는 계를 받을 수 없던 시절 베트남에서 젊은 여인 낀이 여자임을 숨긴 채 수도승이 됐는데, 잉태한 한 여인이 아이의 아버지로 그녀를 지목해 난처한 상황이 펼쳐진다. 타인의 잘못을 마음에서 비워내는 것이 가장 큰 이해이자 용서임을 우아하고 담담한 문체로 그려낸 책이다. 1만1,000원.
▦세상의 끈 놓지 않고 이슈 따라잡는 자기계발 서적◇스마트한 생각들(롤프 도벨리 지음, 걷는나무 펴냄)=독일에서 가장 냉철한 기업가이자 투자자로 손꼽히는 저자가 일상에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저지르는 생각의 오류들을 집대성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돕는 생각을 기술을 제시했다.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는 기존의 굳은 생각, 익숙한 경험, 오랜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준다. 부제는 '사람을 움직이는 52가지 심리법칙'. 1만4,000원.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양창순 지음, 센추리원 펴냄)=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관계심리학을 토대로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얘기했다. 진정한 소통 능력을 갖추려면 '건강한 까칠함'이 필요한데 이는 자신의 본심을 당당하게 표현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보여야 한다는 것. 건강한 까칠함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정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 매너를 지키려는 노력이 전제조건으로 필요하다. 1만5,000원.
◇콰이어트(수전 케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목소리 큰 사람이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다.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 사람에 비해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 내향적 성격은 집중력과 통찰력, 몰입력을 키우는데 유리하며 특히 정보통신 같은 첨단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리학ㆍ유전학ㆍ뇌과학 이론을 토대로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에 관한 얘기가 펼쳐진다. 1만4,000원.
◇30대 정치학(김종배 지음, 반비 펴냄)='응답하라 1997'이 30대의 문화를 얘기했다면 이 책은 40대가 된 '386세대'와 20대의 '88만원세대' 사이에 낀 30대의 정치 성향을 종합 분석하고 있다. IMF 위기부터 카드대란과 양극화 등을 온몸으로 겪은 이들은 '서태지'로 집약되는 팬덤ㆍ놀이ㆍ게임 문화에도 능숙하다. 이념적 정치가 아닌 경험적 정치의식을 확립한 이들 세대가 향후 한국 정치의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조망하는 책이다. 1만3,000원.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김동조 지음, 북돋움 펴냄)="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챘겠지만, 연애라는 것도 엄밀하게 말하면 생선회 가게에서 값을 흥정하거나 이직하면서 연봉을 협상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 미국계 증권사 트레이더인 저자가 역사와 문학, 음악, 미술, 대중문야 등 각 분야를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해 현대인의 삶에 곳곳에 스며든 경제학 이론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1만4,000원.
◇월급전쟁(원재훈 지음, 리더스북 펴냄)=금융회사에 털리고 정부에 속는 봉급생활자들을 위한 '생존 경제학' 지침서다. 한국의 은행과 카드회사ㆍ펀드회사ㆍ보험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직장인의 삶에 침투해 수익을 창출하는지, 돈을 맡기는 이자는 3%인데 빌리는 이자는 왜 8%인지, 펀드회사의 수수료 수취 실태 등 돈이 움직이는 실체를 밝히고 있다. 경제현상의 숨은 속셈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책이다. 1만4,000원.
▦여름과 겨울 사이 낭만과 휴식을 꿈꾸는 여행자들을 위한 책◇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이병률 지음, 달 펴냄)=7년 전 '끌림'으로 화제를 모은 저자의 두 번째 여행 산문집. 라면봉지에 콩을 심어 싹을 틔우는 인도 불가촉천민들, 비용이 많이 나왔다며 절반만 받겠다는 루마니아 택시기사, 비행기가 좋아 매주 두세 번씩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나가는 할아버지 등 소소한 이야기가 감동을 전한다. 얼마나 왔는지가 중요하지 않기에 목차와 쪽수가 없는 게 특징인 책이다. 1만3,800원.
◇여행의 기술(알랭 드 보통 지음, 청미래 펴냄)=윌리엄 워즈워스, 빈센트 반 고흐 등 여행을 동경하고 사랑했던 예술가들이 안내자로 등장해 여행에 끌리는 심리와 여행지가 주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 한다. 바베이도스ㆍ마드리드ㆍ시나이 사막ㆍ프로방스, 레이크 디스트릭트ㆍ암스테르담 등지에서 위안과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여행과 예술작품의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숨겨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장점을 가진 책. 1만2,000원.
◇2만원의 행복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강희은 지음, 즐거운상상 펴냄)=서울부터 땅끝마을 해남까지 전국 곳곳의 게스트하우스 20곳에서 만난 주인장과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유 여행자들의 쉼터인 게스트하우스는 주인장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지역 여행 정보, 게스트들과의 친목 등의 이유로 인기가 높다. 저자는 게스트하우스 활용 노하우 등 처음 가보는 여행자들을 위한 정보도 빼놓지 않았다. 1만3,500원.
◇여행길에 만난 국립 박물관(윤민용 지음, 풀빛 펴냄)=전국 곳곳에 위치한 국립박물관을 여행의 주제로 12번의 '박물관 1박2일'에 도전하게 만드는 책이다. 국립 경주박물관의 화려한 금관에서 찬란한 신라 문화를 만나고, 공주박물관에서는 백제 문화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김해박물관에서 강력한 철기문명을 보유하고 있었던 가야를 발견하고, 제주박물관에서는 한반도보다 앞서 신석기 문명을 받아들인 제주의 해양문화를 엿볼 수 있다. 1만8,000원.
◇캠핑, 내 아버지의 선물(김현수 지음, 시공사 펴냄)= 캠핑족들의 속내를 훑어낸 24편의글이 담겼다. 아버지와의 추억, 아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인생의 진실, 소중한 사람과의 하룻밤이 주는 아련함, 캠핑의 참 맛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른다. 여행지에서 읽기 좋은 우아한 문장들로 가득하다. 1만2,800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책으로 전국에 답사 신드롬을 일으킨 저자가 7번째 목적지로 제주를 택했다. 제주답사 일번지인 조천ㆍ구좌 지역을 시작으로 제주의 역사를 보여주는 탐라국의 흔적을 따라 삼성혈ㆍ관덕정ㆍ오현단에 얽힌 이야기, 제주 서남쪽의 대정 추사 유배지와 추사 김정희의 삶 등을 들려준다. 이번 연휴에 제주를 찾을 예정이라면 여행도 좋지만 태풍 피해지역을 돕는 것도 보람 있을 듯하다.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