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계륵 된 중기전용 채권시장

비상장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기 위해 개설한 중기전용 회사채시장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지난 5월2일 문을 연 지 200일이 넘도록 단 한 건의 회사채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기전용 회사채시장인 적격투자가(QIB)시장에서 비상장 중소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는 단 한 건으로 이마저도 증권사가 전액 인수하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QIB시장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금융투자시장의 계륵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7월 단 한 건의 회사채 발행을 제외하면 7개월 동안 QIB시장을 찾은 이가 전무한 상태다. 투자자 부재로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비상장 중소기업도 찾기 어려운 악순환만 거듭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QIB시장이 지금도 있냐"는 농담까지 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빈사상태에 빠진 QIB시장의 해법모색에 나섰으나 여전히 함흥차사다. 현재 금융당국은 QIB시장 활성화 카드 중 하나로 발행회사 범위를 자산 5,000억원 미만 상장회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 뚜렷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8월 금융투자협회가 발행회사 범위확대를 골자로 한 해결방안을 건의한 지도 이미 4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QIB시장은 제 기능을 상실한 채 점차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은 여전히 "아직은 검토 단계"라는 답만 무한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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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을 사고 파는 일정한 장소다. 그만큼 물건을 사고 파는 주체가 없다면 존재이유가 없다. 5월 금융당국이 비상장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개설한 QIB시장도 마찬가지다. 회사채 발행회사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상 QIB시장은 금융당국이 업적쌓기용으로 만든 전시행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다. 비상장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조성한 QIB시장을 앞으로 있으나마나 한 무용지물로 남겨둘지, 중소기업 자금조달의 핵심 창구로 키워나갈지 선택은 금융당국의 몫이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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