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서 한국·일본·태국 등 아시아국들이 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에 위기에 빠져들었다고 주장했다. 타이어(은행)가 터졌을 때 스페어 타이어(주식및 채권시장 등 자본시장)가 있었더라면 아시아 국가들은 파국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그린스펀은 분석했다.그린스펀 의장은 또 일본이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금융시장의 다양화에 진전이 없는 한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태국의 경우에도 은행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기업들은 다른 자금조달 창구를 만들지 못해 신용경색이 가중됐고, 결국 바트화 절하에 이어 심각한 경기침체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시장이 든든할 경우 위기의 전염을 피하고, 위기에 빠져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몇가지 예로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90년대초 저축대부조합(S&L)의 금융부실이 발생,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애로가 있었지만 주식및 채권시장이라는 통로가 있었기 때문에 위기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시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아시아 위기의 여파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직접금융시장이 잘 발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 90년대초 은행 위기 탈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자본시장이었다고 그린스펀은 정의했다.
그는 『저축을 투자로 전환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경우, 중요 시스템(은행)이 무너져도 보충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미래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금융 시스템의 다양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페어 타이어 없이 고속질주하다 사고를 낸 아시아 국가들이 은행의 구조조정과 병행해서 주식 및 채권시장도 육성하라는 게 충고의 요지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