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출신 이동걸도 눈길 … 여론전 치열할듯
"외부 인사 중량감 떨어져" 내부 출신 우세 전망도
 | | 윤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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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옥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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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황영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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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양승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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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동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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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철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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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기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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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차기 회장을 뽑는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이번만큼은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경선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경우 정권 핵심과 연관이 있거나 관료 출신의 중량감 있는 인물이 하마평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이들이 일찌감치 배제되면서 오히려 고만고만한 민간 출신 인사들이 경합하고 있는 탓이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오히려 관료 출신보다 학연이나 지연에 더 의존해 줄대기에 나서고 서로 간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을 물러나게 만든 'KB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내·외부의 인물들까지 경선에 나서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KB는 기존에도 1채널(국민은행 출신)과 2채널(주택은행 출신) 간의 갈등이 심했던 곳이며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시절에는 임영록파와 이건호파가 갈려 있었다. 전직 금융당국의 한 수장은 "이번 KB 회장은 웬만한 능력만 갖췄다면 무엇보다 잡음이 나지 않을 사람을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일 오후 서울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3차 회의를 열고 기존 100여명의 예비후보군을 10여명으로 압축했다. 회추위원 9명은 각각 5명의 후보를 1순위에서 5순위로 차등화해 추천했다. 이날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후보는 앞으로 회장 경선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역대 KB 회추위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회추위원 3명 이상에게 1순위 후보자로 낙점될 경우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KB 회추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5~6명의 회추위원에게 몰표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3명 이상에게만 1순위로 지목될 경우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로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당국이 여론을 의식해 KB 회장 선출 개입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주 창립 최초로 내부 출신이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도 커지면서 KB 내부는 요동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중량감 있는 인물이 없다 보니 너도나도 할 만하다고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KB의 OB들 사이에서는 특정 후보를 회장으로 미는 사실상의 선거캠프 같은 조직들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과거처럼 정권의 낙점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며 후보군들도 우후죽순 등장한 상태다.
KB 내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KB를 한 차례 흔들어놓았던 사람이나 KB 사태와 연관 있는 인물들까지 회장직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니 내부 출신들이 기대가 크기는 큰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상황인 만큼 상대방 후보에 대한 평가 절하나 흠집 내기 분위기도 감지된다. "KB를 망쳐 놓은 A씨가 다시 회장직에 도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거나 "이미 자리를 떠난 선배들이 너무 큰 욕심을 부린다" 등의 말들이 후보들 주변에서 오가고 있다.
이에 따라 또다시 약점이 있는 회장이 선출될 경우 KB 조직이 또 다시 극심한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부 출신들 중 유력한 후보군은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윤종규 KB지주 전 부사장, 김옥찬 전 은행 부행장, 정연근 전 KB 데이터시스템 사장, 윤웅원 KB지주 회장 직무대행, 박지우 은행장 직무대행 등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거나 KB 사태와도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어 회장 선출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출신 후보로는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이 포함됐지만 이들이 선임될 경우 외부 출신에 분명하게 반대하는 KB 노조의 반발을 이겨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회추위에 참석해 "KB금융의 조직 안정과 통합을 위해서는 내부 출신 인사가 반드시 회장 후보가 돼야 하며 외부 출신 인사가 선임될 경우 강력한 항의투쟁을 벌이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회추위는 조만간 KB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 대표와도 만나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된 주주 의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선정된 후보군 10여명은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평판 조회를 하고 이어 4차 회의에서 회추위원이 각각 1∼3순위자를 꼽아 2차 후보군 상위 4명 내외를 선정한다. 회추위는 2차 후보군을 상대로 각각 90분에 걸쳐 심층면접을 하고 이달 말 최종 회장 후보자 1명을 선정한다. 최종 회장 후보는 재적 위원 3분의2 이상의 지지로 결정한다. 최종 낙점된 후보는 다음달 2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KB 회장에 선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