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측이 도청 파문과 관련, 현 정부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음모론을 적극 반박했지만 동교동측은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DJ의 최경환 비서관은 9일 노 대통령의 전일 간담회와 관련 “모독이나 음모, 공작은 국민의 정부가 당했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이 8일 “문제의 본질이 대단히 왜곡돼 있다.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모욕”이라고 정치권 일각의 ‘음모론’을 일축하며 DJ측에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한 답신 격이다.
최 비서관은 “미림팀 도청은 흐지부지 되고 국민의 정부에 하지도 않은 일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며 “미림팀의 수천개 테이프는 다 어디로 갔느냐. 본질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또 “김 전 대통령의 최근 심기가 아주 좋지 않다”고도 전했다.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중요 사안이 터질 때 마다 보좌진이 ‘담담하다’는 입장을 표명해 온 관례를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DJ의 다른 측근은 “국민의 정부에서 어떤 도청이 이뤄졌다는 것인지 답답하다”며 “김 전 대통령은 알지도 못하는 일로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수모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