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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강서구 신호동. 그곳 단독주택지 중에서도 다대포 해변에 인접한 부지에 한 주택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바닷가 산책로로 가는 길에 있는 이 주택은 하얀색 벽면과 파란빛의 길고 넓은 창문으로 산책객들의 시선을 끈다. 땅거미가 지는 시간부터는 은은한 노란빛으로 우아함을 뽐낸다. 바로 '부산S주택'이다. 이 주택이 지어진 강서구 신호동은 지역적 맥락이 복잡한 곳이다. 북쪽으로는 삼성르노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공업지역이 있다. 그런데 남쪽으로는 그림과 같은 바다와 소나무숲 위주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며 동쪽으로는 원시림이 우거진 개발제한구역이 위치해 있다. 부산S주택은 '좋은 건축'이 주변 풍경을 바꿀 수 있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좋은 건축이 풍경도 만들어 간다
부산S주택이 자리 잡은 곳은 해변 인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산업단지와 가까운 곳이다. 산업단지와 인접한 지역에서는 통상 좋은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 쉽지 않다. 이유는 소위 '집 장사'들이 경제적 논리에 근거해 공장 근로자를 위한 원룸을 대거 짓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주의 생각은 달랐다. 이곳의 뛰어난 자연환경을 고려했을 때 '하나의 멋진 건축물'이 만들어지면 주변으로 '좋은 건축'이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하나의 좋은 건물이 그 주변 풍경을 바꾸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좋은 건물이 그 이후에 들어설 건물에 영향을 줌으로써 그 주변의 풍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살기 좋은 지역과 살고 싶은 도시에는 좋은 건축이 기본 단위가 된다.
부산S주택을 설계한 황준 황준도시건축사사무소 소장은 "하나의 작은 시도가 주변 전체, 더 나아가 그 도시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주택 완공 이후 이 지역에 지어지는 건물들의 디자인이 바뀌고 있다는 전언이다. 설계를 전문 건축사에 의뢰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한다.
중정을 통해 자연을 내부로 끌어들이다
부산S주택의 면면을 보면 우선 바닷가를 바라보는 정남향으로 배치됐다. 건물 전체를 바닷가 쪽인 남쪽으로 최대한 밀어 넣었으며 건물로의 진입은 도로가 있는 북측으로 했다.
아울러 외부에서 보는 주택 입면은 흰색 패널과 유리만을 사용해 최대한 단순하게 꾸몄다. 돌출된 2층 주인 침실에만 일부 아연판을 적용했다. 2층 주인 침실 바닥 레벨의 일부를 높이는 방법으로 외부 입면 라인을 깔끔하게 처리했고 도로 측에서 보이는 돌출 부분으로 악센트를 가미했다.
주택의 1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긴 통로를 통해 손님방과 중정을 지나 거실에 도달한다. 거실의 왼쪽은 부엌과 다용도실, 오른쪽은 응접실로 둘 다 남쪽 벽면에 걸쳐진 창문을 통해 바닷가 쪽으로 시야가 열린다. 2층도 남쪽 자녀 방에 들어서면 바닷가와 지평선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트이는 느낌이다.
주 활동공간인 침실·식당·거실을 모두 정남향으로 배치했고 나머지 보조공간인 화장실·샤워실·세면실·현관 등은 모두 북쪽으로 두었다. 이러한 주요 공간의 남향 위주 배치는 건물 중앙에 도입한 2개의 중정(안마당) 덕분이다.
중정 하나는 오른쪽에 1층부터 2층까지 걸쳐 열려 있으며 다른 하나는 왼쪽에 2층의 안방과 자녀 방 사이의 테라스형 중정이다. 이들 중정을 통해 각 방과 거실에서의 환기가 수월할 뿐 아니라 자연의 빛이 내부로 하루 종일 들이친다.
건축주 이우석씨는 "우리 집은 비가 내리는 날에 더 운치가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러한 비 내리는 날의 운치는 비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움직임까지 모두 담아내는 두 개의 중정 덕분이라는 황 소장의 설명이다.
섬세한 마무리로 주택 가치 높이다
부산S주택의 또 다른 특징으로 평면 설계는 물론이고 조명과 가구 구성까지도 설계자가 주도한 것이 특징이다. 설계자인 황 소장은 "설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명확한 의도와 콘셉트가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콘셉트를 통해 건물의 공간 구성, 동선, 재료, 디테일 등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S주택은 내외부적으로 분명한 콘세트와 섬세한 디테일로 만들어졌다. 특히 인테리어적인 면에서 시간이 지나도 항상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마감의 정교함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썼다.
실제로 나무 계단이나 유리 난간 등 건축물 곳곳에서 마감의 뛰어남이 돋보인다.
황 소장은 이러한 디테일을 잡기 위해 서울부터 부산까지 1년여간 무려 40여번을 오가는 열정을 보였다. 통상적인 수준보다 더욱 정교함을 요구해 시공사와의 마찰이 있었음에도 결국은 목표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외의 유명 건축물을 비롯해 후세에도 인정받는 좋은 건물들은 모두 디테일이 '칼' 같다"며 "오래돼도 질리지 않고 볼수록 매력 있는 건축물을 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더 멋지고 예쁘게… 택지지구 단독주택 설계사들 경연장 되다 나만의 집 짓는 건축주 의뢰 늘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