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위도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통해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이 오너의 사금고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시스템적으로 방지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또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대한 방향은 어느 정도 잘 잡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발언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최 위원장은 19일 목포의 조선·기자재 업체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취임 1년 소회를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가장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은 게 재벌개혁”이라며 “총수일가가 사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앞서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모범규준을 제시하면서 금융계열사를 가진 대기업그룹에 대한 자본적정성 규제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는 “금융계열사가 (총수일가의) 사금고가 될 소지를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을 통해)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우선 과제 중 하나를 재벌개혁에 맞춘 셈이다.
재계에서는 바로 “(최 위원장이) 1960년대를 살고 있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이 오너의 사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전제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업 등에 대주주 신용공여를 엄격하게 제한해놓고 있고 대기업이 시장에서 직접 조달하면 훨씬 좋은 조건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계열 금융사라고 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보험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느냐”며 “삼성과 같은 경우 공기관보다 더 좋은 조건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굳이 계열 금융사를 이용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업 계열사에 금융계열사들이 증자에 참여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렇다고 망하게 놓아둘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런 사례를 예외로 인정하면 금융계열사가 계열사 지원에 동원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1년 전 대통령께 임명장을 받을 때 가장 강조한 게 가계부채 문제였다”며 “이제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주력업종 전반이 중국과의 경쟁력에 밀리면서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구조조정이 감행될 경우 가계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은행권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너무 안이하게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국책연구소 고위관계자는 “기업부실과 가계부채를 따로 떼놓고 보면 가계부채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동차나 철강·반도체 등 주력업종 전반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이는 가계수입 감소로 이어져 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둘을 긴밀하게 봐야 하는데 안이한 시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 경감방안으로 카드수수료 인하 말고도 여러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에 노력하겠지만 이런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의무수납제 완화·폐지, 신용카드 외 체크카드 등 대체 결제수단 이용 활성화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파업 결정에 대해서는 “노조만 고통을 겪은 게 아니라 채권단·주주 등이 모두 절절한 고통을 분담했다”며 “대우조선이 정상화가 되느냐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시점에 노조가 쟁의행위를 결정한 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노조의 쟁의행위 결정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참고 동참한 것을 완전히 무산시키는 행위며 이 시점에서 경영진과 노조가 회사를 확실히 살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신중히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금융감독원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결국 한 식구이고 금감원에서 일어나는 일은 최종적으로 금융위원장의 책임”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최근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조직을 개편한 데 대해 정책을 입안해야 할 금융위가 감독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금감원의 반발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