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비

최덕순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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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흔들어봐라


열어주나

모질게 갔으면 그만이지

왜 다시 와서 지랄여

꽃 피면 넌가 했던 거

바람 불면 넌가 했던 거

이젠 아녀

그려

왔으면 실컷

울다나 가그라 그만

2915A38 시로여



어허, 단단히 틀어졌네. 나야 본디 구름수레 타고 떠다니다가 메마른 가슴 만나거든 대신 울어주는 직업 아니던가. 자네 두고 발 떨어지지 않아도 가뭄에 타는 곡식과 농심들 두고 아니 갈 수 있나. 우는 재주밖에 없는 내가 웃는 재주밖에 없는 자네 곁에만 머물러 줄창 퍼부으면 바삭한 자네도 눅눅해지지 않겠는가. 꽃 피면 넌가 했던 거 바로 날세. 바람 불면 넌가 했던 거 바로 날세. 자네 설움 대신 밤새 울고 가니 천수답에 올벼 심으시게. 시냇물 졸졸 흐를 테니 내 말인 듯 들어보게. 그럼 호랑이 장가가는 날 여우비로 다시 오겠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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