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 200승 이정표를 꽂았던 그 대회에서 12개 대회 연속 무승 사슬을 끊을 수 있을까.
올 6월 말 이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 군단이 안방으로 돌아왔다. 20일부터 나흘간 강원 원주의 오크밸리CC(파72)에서 열리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이 그 무대다. 이 대회는 2019년부터 국내 유일의 LPGA 투어 대회로 열리고 있다. 2019년에 장하나(30)가, 2021년에는 고진영(27)이 우승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다.
지난 두 번은 모두 부산에서 열렸으나 올해부터는 매년 코스를 바꿔 치르기로 했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8만 관중이 몰릴 것으로 주최 측은 예상하고 있다.
한국 군단의 분위기는 1년 전과 다르다. 2021년에 한국은 5승을 합작한 가운데 이 대회를 맞았다. 메이저 5개 대회에서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고 도쿄 올림픽 메달에도 실패했지만 이후 고진영이 2승을 올리며 분위기를 바꾼 데 이어 이 대회마저 접수했다. 한국 여자 골프의 LPGA 도전이 한국에서 통산 200승 결실을 본 순간이기도 했다.
올해 한국의 합작 승수는 4승이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1승 적을 뿐이지만 최근 12개 대회에서 빈손이라 더 심각한 것처럼 보인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이 손목 부상으로 꽤 오래 빠져 있는 게 크다. 고진영은 8월 말 캐나다 여자오픈(컷 탈락)을 끝으로 필드를 떠나 있다. 이 사이 태국의 19세 신인 아타야 티띠꾼이 치고 올라왔다. 9월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최근 4개 대회 연속 톱 10에 오르며 세계 2위에서 고진영을 랭킹 포인트 0.43점 차로 압박하고 있다.
고진영과 티띠꾼의 대결이 오크밸리에서 펼쳐진다. 고진영은 이 대회 복귀를 목표로 몸을 만들어온 끝에 복귀전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고진영이 우승한 3월 HSBC 월드 챔피언십에서 티띠꾼은 3타 차 공동 4위를 했고 티띠꾼이 우승한 JTBC 클래식에서는 거꾸로 고진영이 2타 차 공동 4위를 했다. 아이언 샷 달인으로 통하는 고진영이지만 올 시즌은 73.3%로 티띠꾼(73.9%)에게 살짝 뒤져 있다.
박성현(29)은 세계 180위지만 이번 대회에서 고진영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9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 끝에 2타 차 공동 3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구름 팬들의 응원 속에 재기 가능성을 확인한 박성현은 3년여 만의 LPGA 투어 8승에 도전장을 내민다.
올 시즌 1승씩이 있는 4명 중 고진영과 김효주(27)·지은희(36)가 출전하며 전인지(28)는 어깨 쪽 통증으로 쉰다. 그 밖에 최혜진(23)·김세영(29)·안나린(26)·이정은6(26)·박인비(34) 등 전체 78명 중 20명이 한국 국적 선수다. 김효주와 이정은은 27~30일 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도 나간다.
지난해까지는 KLPGA가 ‘로컬 파트너’로 BMW 대회에 참여해 KLPGA 투어 상금 상위 선수 30명도 출전했다. 하지만 이후 대회의 몇몇 부문에 있어 LPGA와 KLPGA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올해는 LPGA 단독 주관 대회로 열리게 됐다.
세계 3위이자 올해의 선수 포인트, 상금 1위인 이민지(호주)와 평균 타수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 척추 종양에 투어를 떠났다가 최근 복귀해 2·3위 한 번씩으로 투혼을 보인 대니엘 강(미국) 등 교포 선수들도 쟁쟁하다. 지난달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우승한 재미 동포 앤드리아 리도 나온다. 스탠퍼드대를 나온 앤드리아는 주니어 시절 우승만 50회에 이르는 신동 출신이다.
한국 군단이 무승에 그치는 사이 차례로 LPGA 투어 생애 첫 승을 올린 애슐리 부하이(남아공), 폴라 레토(남아공), 조디 유어트 섀도프(잉글랜드)도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