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화면에 ‘벼랑 끝에 매달렸을 때 손을 놓을 줄 알아야 대장부’라는 뜻의 시를 올렸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부적절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청장은 주말이었던 지난 5일 오후 1시께 개인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 사진에 ‘득수반지미족기 현애살수장부아(得樹攀枝未足奇 懸崖撒手丈夫兒) 수한야냉어난멱 유득공선재월귀 (水寒夜冷魚難覓 留得空船載月歸)’라는 문구를 찍어 올렸다.
직역하면 ‘낭떠러지에 매달렸을 때 나뭇가지를 잡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고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대장부다. 물은 차고 밤도 싸늘하여 고기 찾기 어려우니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온다’란 뜻이다.
이 시는 중국 송나라 선사 야부도천이 지은 게송으로, 백범 김구 선생이 거사를 앞둔 윤봉길 의사에게 ‘내려놓음의 결단’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시를 인용했다고 알려졌다.
윤 청장은 원래 오전 11시께 한글 설명 없이 한자 어구만 있는 버전을 올렸다가 2시간 뒤에 뜻이 적힌 버전으로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이후 오후 5시 45분께에는 석탑 사진으로 배경을 다시 바꿨다. 하루 반나절 사이 3번에 걸쳐 수정한 것이다.
이에 안팎에서 경찰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윤 청장 본인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세 차례 카카오톡 배경화면을 바꾼 것을 두고 경찰 내부 일각에서는 부적절한 타이밍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청장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사고 발생 약 2시간 만에 상황을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