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이기철

사진 설명사진 설명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껴입을수록 추워지는 것은 시간과 세월뿐이다

돌의 냉혹, 바람의 칼날, 그것이 삶의 내용이거니

생의 질량 속에 발을 담그면

몸 전체가 잠기는 이 숨막힘

설탕 한 숟갈의 회유에도 글썽이는 날은

이미 내가 잔혹 앞에 무릎 꿇은 날이다

슬픔이 언제 신음 소릴 낸 적 있었던가

고통이 언제 뼈를 드러낸 적 있었던가



목조계단처럼 쿵쿵거리는, 이미 내 친구가 된 고통들

관련기사



그러나 결코 위기가 우리를 패망시키지는 못한다

내려칠수록 날카로워지는 대장간의 쇠처럼

매질은 따가울수록 생을 단련시키는 채찍이 된다

이것은 결코 수식이 아니니

고통이 끼니라고 말하는 나를 욕하지 말라

누군들 근심의 힘으로 밥 먹고

수심의 디딤돌을 딛고 생을 건너간다

아무도 보료 위에 누워 위기를 말하지 말라

위기의 삶만이 꽃피는 삶이므로

찬바람 속에 온몸 꽁꽁 언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설탕 한 숟갈에도 뉘우치는 당신께 따뜻한 물 한 잔 올립니다. 신음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아파하는 당신을 두 팔로 껴안습니다. 고통을 끼니로 먹는 당신을 아무도 욕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근심과 수심이 공동체의 울타리를 지키는 걸 응원합니다. 보료를 걷고 문밖으로 나갑니다. 겨울나무가 봄나무 되듯, 차가운 눈꽃이 봄꽃이 되는 걸 믿습니다. 삶이 위기뿐 아니라 축제의 날도 있음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