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엄살 떠는 봄

신현정





저 들에 햇살 찬연한 봄을 맞으시게



어여 맞으시게

아지랑이 몇 마리 잡아먹고 금방 배 아픈 시늉도 하면서

민들레 이런 것들에 걸려 넘어져 나 넘어졌네 무르팍이 다 깨졌네

피가 나네 엄살도 떨면서



아예 나 죽겠소 하고 벌러덩 누워버리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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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죽은 척하고 있으면

쑥 질경이 기적소리 종달새 상심 첫사랑 숭어 메기 담벼락 호랑나비 도마뱀 씀바귀 흑염소 돛단배 조개구름 이런 것들이

온몸에 나른히 퍼지기도 할 걸세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그건 모른다네

그대로 내처 한 백 년 주무시게

아, 지렁이인 줄 알았더니 아지랑이를 잡아 드셨다고요? 민들레에 걸려 넘어지셨군요? 나는 제비꽃에 걸려 넘어졌어요. 벌러덩 누워 죽은 척하라고요? 쇠똥구리에게 떠받쳐 데굴데굴 굴러가는 중인데요. 저걸 어떻게 주워 담죠? 측두엽 언어중추에서 살아서 만난 아름다운 이름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가요. 빈 콜라 병에 부딪혀 가까스로 멈췄어요. 그럼 백 년 뒤 봄날 다시 만나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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