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 유심 해킹 사태로 연기금이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일단은 주가 하락에 따른 수급 조정 성격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돼 사회적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경우 국민연금이 지분 축소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22일부터 이날까지 749억 원(137만 5896주)어치를 팔아 치우며 순매도 1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연기금은 25일까지만 해도 하루 20억 원 내외의 순매도에 그쳤지만 여론 반발이 거세 주가가 6.75% 급락한 28일 순매도 규모를 빠르게 확대했다. 연기금은 28일과 29일 각각 354억 원, 209억 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이어 이날 주가가 1.69% 올랐음에도 67억 원 순매도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국민연금이 지분을 추가로 축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에 그치지 않고 사고 발생 이후 대응의 미흡함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SK텔레콤 지분을 8%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다. SK텔레콤은 사고 발생 이후 24시간 내 신고 의무를 위반해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9년 책임 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ESG 요소를 반영한 투자 기준을 도입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사고 후속 대응 과정에서 ESG 원칙을 위배해 중대한 사회적 리스크로 이어질 경우 경영 개선 권고, 지분 축소 등의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실패나 소비자 신뢰 훼손은 중대한 리스크로 간주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민연금은 직접적인 경영 개선 권고뿐만 아니라 위탁 자산운용사 평가 시 SK텔레콤 비중이 높은 펀드에 ESG 리스크 점수를 반영하는 식으로 간접적인 움직임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