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인데…주4.5일제 꺼낸 이재명

[李, 직장인 정책 공약]

"AI 등장으로 노동의 가치 달라져"

도입 기업 지원 등 유인책도 내놔

'공짜노동' 포괄임금까지 손질 예고

연차 3년 저축·공제 확대 공약도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 시기상조"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선대위복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뉴스1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선대위복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이후 첫 공약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꺼내들었다. 2030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낮추고 주4.5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지난 대선과 올 초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언급했던 주4일제도 장기적 목표로 내걸었다. ‘우클릭’을 전면에 내세웠던 이 후보가 직장인 표심을 잡기 위해 ‘친노동’으로 다시 노선 전환에 나선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는 30일 페이스북에 ‘직장인 정책 발표문’을 올리며 “일하는 시간이 길수록 성공이 보장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직장인 공약은 크게 △노동시간 단축 △재충전 지원 △일상생활 부담 개선 등으로 나뉜다. 이 후보는 그중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에 힘을 실었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노동의 가치도 단순·반복 업무에서 창의성과 부가가치 창출로 전환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후보는 “과로사를 막기 위해 하루 근로시간 상한을 설정하고 최소휴식시간제도를 도입하겠다”며 “법 제정을 통해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한 효율적인 대책 수립 의무를 국가가 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고려한 듯 “주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확실한 지원 방안을 만들겠다”며 유인책도 내놓았다.



포괄임금제에 대한 손질도 예고했다. 이 후보는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포괄임금제를 검토하겠다”면서 “이 과정에서 기존의 임금 등 근로 조건이 나빠지지 않도록 보완하고 사용자에게는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측정·기록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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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충전 지원’은 휴가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근로자 휴가지원제도 활성화 △지역사랑 휴가지원제 신설 △1박 2일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한 ‘숏컷 여행’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후보는 “연차휴가 일수와 소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며 “연차유급휴가 취득 요건을 완화하고 사용하지 못한 휴가는 연차휴가 저축제도를 통해 3년 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일상생활’ 공약은 생활비 지원에 방점을 뒀다. 이 후보는 “전월세 관련 주거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전세자금 이차보전을 확대하고 월세세액공제 대상자의 소득 기준을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직장인 교통비 지원 △미성년 자녀 및 노부모 통신비 세액공제 개선 △자녀 수에 따른 신용카드 공제 한도 상향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초등학생 예체능 부분 포함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친노동’ 정체성은 선대위 구성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며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근로자의 날’인 다음 달 1일 한국노총과 정책 협약식을 갖는데 이 자리에서 노란봉투법 및 정년연장 등 노동계 요구 사안을 대폭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외연 확장과 당의 정체성 사이를 오가는 이 후보의 오락가락 행보에 재계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1872시간)이 OECD 평균(1742시간, 2023년 기준)을 웃도는 게 사실이지만 경쟁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인 노동생산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2.98달러로 2022년 기준 OECD 21개 회원국 중 17위에 머물러 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노사 자율로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데 대한 지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노동생산성 향상과 중소기업·영세업체의 인력 확보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은 채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앞서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대해 찬성하는 듯했지만 결국에는 입장을 유보한 바 있다.

포괄임금제 개편도 근로자 임금 손실이라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포괄임금 계약이 근로시간 산정의 복잡성을 줄이고 임금·인건비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제공하는 순기능도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정상훈 기자·노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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