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단하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이 후보자의 대선 가도에 불확실성이 드리워지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일 "두 발언 모두 선거인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것으로, 객관적으로 허위이고 고의도 인정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이로써 대법원은 허위성, 고의성, 구체성이라는 3대 기준을 근거로 하여 기존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쟁점이 된 발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2021년 대선 TV토론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의 해외 골프 동반 의혹에 대해 "사진이 조작됐다"고 발언한 내용이다. 대법원은 이 발언이 "유권자들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오인하게 할 허위 사실"이라며, 당시 후보자가 김 전 처장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발언의 고의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장동 의혹과 맞물려 김 전 처장과의 관계는 유권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의 발언이다. 후보자는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성남시에 법적 근거를 들어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국토부는 ‘용도 변경은 성남시의 판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고, 협박이나 강요는 없었다"며 이 발언 역시 사실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사건 접수(3월 28일) 후 34일 만에 내려졌으며,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신속한 전합 회부와 두 차례 대법관 합의를 거쳐 이날 결론을 내렸다. 대선 후보 등록을 앞두고 유권자의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이 심리의 시급성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파기환송심은 대선 전에 결론이 나기 어려워 후보자는 피선거권을 유지한 채 선거에 나설 수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정치인의 표현의 자유와 유권자의 알 권리 사이의 경계 기준을 새로 제시했다. 전합은 “허위사실 공표 판단 시 정치적 표현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지만, 선거인의 판단을 왜곡하는 경우에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실을 담은 발언은 단순한 의견 표명보다 더 엄격한 사실 적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이번 판결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 즉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한 자 처벌’ 조항의 적용 기준을 정교하게 해석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대법원은 "중요한 부분이 진실과 일치하더라도 세부적으로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면 전체 맥락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유권자가 사실을 오인할 수 있었는지를 핵심으로 삼았다.
앞서 항소심은 후보자의 두 발언 모두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골프 발언은 ‘조작’이라는 단어가 모호하고, 발언 당시 기억의 착오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 백현동 발언도 정치적 해석 내지는 의견 표명에 가깝고, 국토부의 법적 요구를 인용한 표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이 발언의 맥락이나 수신자인 일반 유권자의 실제 인식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실제 있었던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한 발언은, 그 표현 방식이 다의적이더라도 고의적 허위 공표로 간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유죄 취지에 찬성했다. 반면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무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해당 발언은 기억에 의존한 해명이거나 정치적 논평으로 볼 수 있으며, 형사처벌은 죄형법정주의와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백현동 관련 발언은 정책 추진 배경에 대한 해석 차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허위 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