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아비

김충규





밥 대신 소금을 넘기고 싶을 때가 있다



밥 먹을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스스로에게 다그치며

굵은 소금 한 숟갈

입속에 털어 넣고 싶을 때가 있다

쓴맛 좀 봐야 한다고



내가 나를 손보지 않으면 누가 손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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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빈 그릇같이

시퍼렇게 녹슬어 있는 달을 올려다보며

내가 나를 질책하는 소리,

내 속으로 쩌렁쩌렁 울린다

이승이 가혹한가,

소금을 꾸역꾸역 넘길지라도

그러나 아비는 울면 안 된다

해안에 사는 아비는 아비목 아비과 바다새다. 러시아 극동지역과 캄차카반도에서 번식한다. 평생 짜디짠 바다에서 물질을 하여 새끼를 키운다. 잠영의 명수지만 사냥에 실패한 채 수면에 떠올라 숨 고를 때가 더 많다.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데 멸종위기 등급으로 관심 대상이다. 내륙에 사는 또 다른 아비들은 넥타이를 매거나 작업복을 입고 염전 같은 일터로 출근하는데 가족을 부양하는 모습은 해안의 아비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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