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테러 위협에 대비해 ‘방탄 유리막’ 안에서 선거 유세를 펼쳤다. 대선 후보의 방탄 유리막 자체 제작 사용은 처음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영등포·마포 등 이른바 '한강 벨트'를 돌며 수도권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용산역 광장에서 "가짜 빅텐트로 몰려가서 고생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데, 진짜 빅텐트 민주당으로 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을 소개하면서는 "가짜 보수 정당에서 고생하다 이제 제대로 된 당으로 왔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 등장 전 서울에 지역구를 둔 장경태·전현희·고민정·오기형·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과 선거송에 맞춰 춤추기도 했다.
이 후보는 "먹고 살기도 힘들고 미래도 불확실한데 대체 왜 이렇게 갈라져 싸우는 것인가. 정치인들이 문제 아닌가"라며 "국민을 대리하는 머슴들이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 A 지역이냐 B 지역이냐를 나눠 싸울 필요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특히 전날까지 영호남을 돌며 동서 화합의 메시지에 방점을 찍었던 이 후보는 이날도 진영·지역을 벗어난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작은 차이를 극복하자. 빨간 정책이면 어떻고 파란 정책이면 어떤가"라며 "크게 통합해서 하나로 함께 가도록 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을 찾은 만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겨냥한 공세도 이어갔다. 그는 "지난 3년간 대체 무슨 짓을 했나. 상대를 제거하려 하고, 아예 죽여버리려고 했다. 치사하고 졸렬, 유치하게 그래서 되겠나"라며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말했다. 이어 "군사계엄 때문에 선거를 치르는데, 그 선거에 출마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광주 시민을 학살한 정호용이라는 사람을 선대위로 영입했다는데 제정신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 연설 직전에는 한미 통상협상 이슈와 관련해 최근 미국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을 만나고 돌아온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찬조연설자로 나섰다. 당 ‘통상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이기도 한 김 전 차장은 "최근 백악관에 다녀오면서 미국 측 핵심 인사에게 이 후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미 동맹은 더 깊게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하는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연설을 한 무대에는 테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3면 방탄 유리막이 처음 설치됐다. 이 방탄 유리막은 이동식으로 제작돼 유세 현장마다 설치 예정이다. 방탄 유리막의 가격은 최소 수천만원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민주당 당원 70대 이모 씨는 “방탄 유리 모양이 완벽하지 않다”며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했던 전면 방탄 유리 제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4면 방탄 유리막 제작을 검토했으나 시간 제약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후보가 유세를 한 서울 용산·영등포·마포구는 서울 내에서 이 후보의 취약지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용산·영등포·마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각각 16.58%p·7.04%p·2.53%p 득표율이 밀렸다. 이 후보의 유튜브 공지를 보고 응원하러 나왔다는 60대 민주당 당원 김모 씨는 “윤석열이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저번과 다를 것”이라며 “이재명이 행정 일을 잘한다는 건 증명됐고 성격도 한번 하면 끝장내는 성격 아니냐”고 치켜세웠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에 이어 오는 20일과 21일 잇따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유세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