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20일 취임 당일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WHO가 코로나19 감염병 등과 관련해 중국 편향을 보여왔다는 것이 이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인 2020년 4월에도 “WHO는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돈을 받고 있지만 아주 중국 중심적”이라고 비판하고 그다음 달에 “WHO와의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WHO는 1948년 보건·위생 분야의 국제 협력을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다. 이 기구는 1972년에 중국을 유엔에 가입시키면서 대만의 회원국 자격을 박탈했다.
대만과 WHO의 이 같은 악연이 올해도 재연됐다. WHO 회원국들이 19일 세계보건총회(WHA) 전체회의에서 대만을 총회 옵서버 자격으로 초청하는 안건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만의 국제적 고립을 획책해온 중국의 압력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다. 이로써 대만은 2017년 이후 9년째 WHO의 최고 의결 기구 WHA 옵서버로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중국은 대만에 친중 성향 마잉주 정부가 들어섰던 2009~2016년에는 대만이 옵서버 자격으로 WHA에 참석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이후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차이잉원 정부와 라이칭더 정부가 연이어 집권하자 중국은 대만의 WHA 옵서버 자격 참석을 결사반대해 계속 무산시키고 있다.
대만이 WHO 참여 등 국제사회에 제대로 발을 들이지 못하는 것은 중국의 부당한 압박 탓이 크다. 이처럼 중국이 무도한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중국에 셰셰” 등의 발언으로 친중 우려를 낳고 있다. 반면 대만은 WHA 옵서버 참여 배제 등 중국의 압박에도 당당히 맞서면서 ‘세계 반도체 최강국’의 신화를 일궈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19일 “대만에 거대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에 굴하지 않고 반도체에 이어 AI 패권까지 넘보는 대만의 성공 비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