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국내선 ‘짠물 소비’…해외선 ‘카드 펑펑’

■한은, 1분기 카드 실적 분석

엔환율 상승에도 日관광 늘어

국외 사용액 3% 증가 7.4조원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해외 지출만 늘어나는 소비의 ‘역외 이동’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거주자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통해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은 총 53억 5000만 달러(약 7조 4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수치다.

해외 카드 사용 증가세는 내국인 출국자 수 증가와 맞물려 있다. 올해 1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779만 7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742만 5000명)보다 5% 이상 늘었다. 내국인 출국자 수는 지난해 2분기(659만 8000명)부터 3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특히 엔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찾는 내국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 1분기 원·엔 환율은 평균 100엔당 953.65원으로 전년보다 6.4%가량 상승했지만 일본행 출국자는 242만 명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도리어 6.7% 증가했다. 전체 출국자의 약 3분의 1이 일본을 찾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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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 소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설 연휴와 임시공휴일이 겹치며 최장 6일간의 연휴가 이어졌지만 1분기 소매판매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고 서비스업 생산은 1% 가까이 줄었다. 통계청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년 동월 대비 17.2%나 감소했다. 국내 소비가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거주자의 해외 카드 사용금액은 217억 2000만 달러로 2023년(192억 2000만 달러)보다 13.0%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해외 카드 사용액은 다시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1분기 해외 카드 사용액은 직전 분기(56억 4000만 달러)보다 5.2% 감소했다. 이는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형 할인 행사로 급증했던 온라인 해외직구 수요가 연초 들어 주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해외 직접구매액은 지난해 4분기 15억 9000만 달러에서 올 1분기 13억 5000만 달러로 15.3% 줄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물가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 이상 해외로의 경제 누수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체감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 등으로의 여행 수요가 이어지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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