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사전투표할 테니 걱정 마시고 참여해 주십시오.”
지난달 당내 경선에서 ‘사전투표 폐지’를 공약했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5일 지지자들을 향해 사전투표 독려에 나섰다. 6·3대선 사전투표를 나흘 앞두고 ‘부정선거’를 우려하는 일부 보수 강성 지지층을 안심시키고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이날 충북 옥천군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한 뒤 현안 입장 발표를 통해 “만약 사전투표를 머뭇거리다 본투표를 못 하게 되면 큰 손실이다. 투표하지 않으면 나쁜 정권을 만들지 않겠나”며 사전투표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사전투표를 불신하는 유권자들을 의식한 듯 "당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사전투표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당시인 지난 2일 “사전투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강성·극렬 지지층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에 동조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김 후보가 입장을 바꾼 것은 사전투표 부정론이 자칫 지지층 투표 참여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부정선거 음모론은 사전투표를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라며 김 후보에게 “부정선거 음모론과 단호히 절연한다고 선언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국민의힘이 그런 부정선거 음모론과 단호하게 선 긋지 못하면 민주당은 3일간, 우리는 하루만 투표하는 거다. 그러면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전투표 참여 독려에도 일부 지지자들의 불신은 쉽게 사그러지지 않았다. 이날 유세 현장에서도 ‘부정선거론’을 상징하는 문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60대 여성지지자는 ‘위험천만 사전투표, 구멍 숭숭 사전투표’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거리 일대를 누볐다. 부정선거 의혹을 의미하는 ‘Stop the steal(부정선거 멈춰라)’ 배지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김 후보는 전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에 이어 이날에도 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찾으며 ‘박정희 마케팅’에 집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 ‘집토끼 사수’ 전략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육 여사의 영정 앞에서 짧게 묵념한 뒤 방명록에 ‘육영수 여사님 사랑의 어머님’이라고 적었고, 경내를 둘러보다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의 결혼식 사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 생각에 잠긴 듯 유심히 바라보기도 했다.
이어 김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수평적 당정관계 재정립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은 많은 갈등을 낳았다”며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민주주의는 흔들리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정관계에서 당정협력, 당통분리, 계파불용의 3대 원칙을 천명하고, 이러한 정신을 당헌에 명시하도록 하겠다”며 “특히 당내 선거 및 공천 인사 등 주요 당무에 관해 대통령의 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논산 유세에서 김 후보는 계엄·탄핵으로 어려워진 경제를 언급하며 “잘못한 건 용서해주시고 앞으로가 중요하다”며 큰 절을 올렸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김 후보의 유세를 보기 위한 인파가 건너편 길가까지 빼곡하게 들어찼다. 그늘이 없는 유세 현장에서 일부 시민은 땀을 닦아가며 “기호 2번 김문수”를 연호했고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빨간 풍선을 흔드는 지지자들도 적지 않았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든 장년층 지지자들도 “김문수 대통령”을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한 지지자는 “집중해서 잘 봐야 된다”며 유세 현장을 함께 찾은 딸을 토닥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