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눈앞에 둔 한국 축구대표팀의 6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소집 명단이 발표됐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9·10차전에 나설 26명의 선수를 발표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등 그간 대표팀의 핵심 역할을 맡아온 선수들이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프로축구 K리그1에서 득점 1위(10골)에 오르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전진우(전북 현대)가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안았다. 유소년 시절부터 이름을 알린 전진우는 그동안 프로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다. 2022년에는 부진을 털기 위해 전세진에서 전진우로 개명까지 했다. 전진우는 전북 이적 후 ‘명장’ 거스 포옛 감독을 만나 전혀 다른 선수로 변모했다. 주축 공격수로 활약하며 팀을 리그 2위를 달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다.
대표팀 수비의 핵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부상 등의 이유로 이번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 최종 예선 7·8차전에서 최전방을 책임졌던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오랜만에 홍 감독의 선택을 받은 선수들의 면면도 눈에 띈다. 김진규(전북 현대)는 2022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A대표팀에 복귀했다. 또 최준(FC서울)은 2024년 6월 이후 1년 만에, 이한범(미트윌란)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A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번에 발표된 명단에 대해 홍 감독은 “이번 두 경기는 북중미 월드컵으로 가는 중요한 경기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운 날씨 등 모든 것 감안해서 선수를 선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포지션별로 최근 경기력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선수를 뽑았다. 처음 선발된 전진우와 김진규 등은 최근 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다. 준비된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는 판단 아래 소집 명단에 넣었다”고 했다.
한국은 우리 시간으로 6월 6일 이라크 바스라에서 이라크와 9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 뒤 같은 달 10일 오후 8시 ‘한국 축구의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최종 10차전을 갖는다. 승점 16(4승 4무)을 쌓아 요르단(승점 13), 이라크(승점 12점) 등을 제치고 B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홍명보호는 첫 경기인 이라크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쿠웨이트와의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다음은 홍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소집 명단의 작성 배경은?
“이번 두 경기는 지금까지 3차 예선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수 있다. 날씨, 체력적인 부담 등 모든 것을 감안해서 선수 선발을 했다. 코칭 스태프들과 함께 포지션별로 경기력과 좋은 폼을 우선시해 선발했다. 지금은 유럽에서 리그가 끝나 휴식에 들어간 선수들이 많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배준호, 양민혁, 엄지성은 3일 경기를 끝으로 한 달 가량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경기력적인 측면을 고려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선발했지만, 이번에는 불가피하게 선발하지 못했다. 반면에 전진우, 김진규 등 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은 선발했다.준비된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야한다고 생각해 뽑았다. 선발하지 못한 김민재와는 꾸준히 소통을 하고 있었다. 이번 경기 역시 김민재가 경기를 뛸 수 없다고 판단돼 선발하지 않았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있는 선수인데 앞으로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 선발에서는 제외했다.”
△두 번의 중동 국가와의 경기에서 상대의 밀집 수비가 예상된다. 어떻게 깨뜨릴 것인지?
“밀집 수비를 깨뜨릴 방법은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분석을 통해 부족한 점을 파악했고 보완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과 훈련장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에 영상으로도 준비해서 공유할 시간이 있을 것 이다.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우승 이후 리그 최종전에 결장했다. 발탁에 대해 고민은 없었나?
“우승한 경기를 끝내고 소통했다. 경기 뛰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고 전달했기에 소집하게 됐다.”
△최전방 공격수에서 주민규가 제외된 이유는?
“좋지 않아서 뺀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이번에 원정 경기를 펼쳐야 하고 상대의 약점을 파악했을 때 속도에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측면 공격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오현규, 오세훈과 더불어 손흥민, 황희찬까지 그 자리에 기용할 수 있기에 선수 선발의 균형과 조합을 판단해 이번에는 선발하지 않았다.”
△본선 진출에 가까워지며 자칫 대표팀 분위기가 느슨해질 수 있다. 어떻게 잡을 것인가?
“대표팀으로서의 사명감이 필요할 때다. 예전같이 애국심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표팀으로 뽑혔을 때의 마음가짐은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에 선수들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어떤 선수는 간절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좀 있는 것 같다. 재능을 팀 스포츠에서 중요한 것과 잘 엮어서 강한 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들을 잘 만들어가야 예전 강했던 대표팀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표팀은 팀으로서 얼마나 완성됐다고 보는가? 그리고 본선에 나갔을 때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100%는 아니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가 3월 경기에서 결과를 내지 못해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시간을 조금씩 함께 보내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다. 월드컵에 나갔을 때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머릿속에 지난 경험을 토대로 스케쥴이나 방법은 갖고 있지만 아직 그 부분을 제대로 찾았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매일 발전할 수 있는 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칭 스태프는 나름 팀의 발전을 매일 연구하고 대표팀의 후보군에 있는 선수들은 꾸준하게 경기력 발휘해서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 코칭 스태프가 선수 선발에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라크 원정의 변수는?
“이라크도 홈에서 굉장히 강한 팀이다. 하지만 우리는 중동에서 펼친 경기들에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결과를 내왔다. 이번 원정 경기에 협회 측에서 많은 도움 줘서 편안하게 전세기 이용할 수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날씨가 굉장히 더울 것이라 예상되는데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분이나 교체 타이밍을 잘 조절해야할 것 같다. 또한 경기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 본다. 최근 이라크 감독이 바뀌어서 새로운 어떤 선수들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지만 원정경기 잘 대처해서 준비하겠다.”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6월 소집명단 (26명)
골키퍼=김동헌(김천 상무), 이창근(대전하나시티즌), 조현우(울산 HD)
수비수=권경원(코르파칸), 김주성, 최준(이상 FC서울), 박승욱, 조현택(이상 김천상무), 설영우(즈베즈다), 이태석(포항 스틸러스), 이한범(미트윌란), 조유민(샤르자)
미드필더=김진규, 박진섭, 전진우(이상 전북 현대), 문선민(FC서울), 박용우(알아인), 손흥민(토트넘), 양현준(셀틱), 원두재(코르파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황인범(페예노르트), 황희찬(울버햄튼)
공격수=오세훈(마치다 젤비아), 오현규(헹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