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노보기 우승’은 모두 12차례 나왔다. 2라운드 노보기 우승이 네 번 나왔고 3라운드 노보기 우승이 여덟 차례 기록됐다. 아직 72홀 노보기 우승은 없다.
흔하지 않은 노보기 우승이 작년 두 차례 나오더니 올해도 벌써 상반기 한 차례 기록됐다. 이전 노보기 우승은 2019년 2라운드 노보기 우승이었다.
보기 없이 우승을 하려면 어떤 기량보다도 그린 주변과 그린 위에서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린을 놓쳤을 때 핀에 붙이거나 짧은 퍼팅 실수가 나오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버디를 많이 잡는 골퍼를 흔히 ‘버디 킬러’라고 한다. 역설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보기를 자주 피하는 선수 역시 ‘보기 킬러’라고 할 수 있다. 버디를 잡아서 ‘버디 킬러’라면 보기를 피해서 ‘보기 킬러’인 것이다.
현재 KLPGA 최강의 ‘보기 킬러’를 꼽는다면 이예원과 박현경이 ‘용호상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예원은 작년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보기 1개 없이 우승을 이끌어 냈다. 박현경은 지난 주 E1 채리티 오픈에서 처음으로 노보기 우승을 완성했다. 작년 또 한 명의 노보기 우승자는 에쓰오일 챔피언십의 마다솜이다.
이예원은 최다 라운드 연속 노보기 공동 1위(5라운드 연속) 기록도 갖고 있다. 작년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3라운드부터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 1~3라운드 그리고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1라운드까지 5라운드 연속 노보기 행진을 벌였다.
이예원과 박현경은 그린을 놓쳤을 때 파나 그보다 좋은 스코어를 내는 리커버리율 부문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보기를 범하지 않는 능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것이다. 일단 올해 리커버리율 부문에서는 이예원이 2위(74.80%)이고 박현경은 14위(67.93%)에 올라 있다. 올해는 이예원이 앞서 있지만 리커버리율에서는 박현경이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리커버리율 1위(66.66%)가 바로 박현경이었다. 박현경은 2021년과 2022년에도 이 부문 2위를 기록했다.
골퍼의 최대 적이 보기라는 데 이의를 달 골퍼는 없을 것이다. 보기, 더블보기, 트리플보기, 쿼드러플보기. 프로골퍼든 아마추어 골퍼든 수많은 보기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긴장과 실수는 여지없이 각종 보기로 이어진다. ‘보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자가 결국 승리하는 게임이 골프인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버디에 능한 선수보다는 보기에 강한 선수가 골프를 지배했다.
박현경이 올해 가장 욕심을 내고 있는 타이틀이 바로 대상 포인트 1위다. E1 채리티 오픈 우승으로 박현경은 대상 포인트 부문 2위로 올라섰다. 현재 대상 포인트 1위는 다름 아닌 이예원이다. 2025년 KLPGA 무대를 지배할 주인공은 과연 이예원일까? 박현경일까?
이번 주 KLPGA 투어는 30일부터 경기도 양평군 더스타휴 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지는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으로 이어진다. 바로 작년 이예원이 노보기 우승을 이끌었던 대회다. 이예원은 타이틀 방어에 도전하고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 KLPGA 챔피언십 4라운드 13번 홀부터 ‘60홀 노보기 행진’을 벌이고 있는 박현경은 그 기록 잇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