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사업장 변질된 백악관…"트럼프, 역사상 가장 뻔뻔한 공직남용"

NYT "워싱턴, 더는 규범 안 통해"

코인 등으로 취임후 3.2억불 수익

'사적 이익' 앞세워 외교까지 변질

힐러리, 영부인 때 10만불로 역풍

대통령일가 견제장치 붕괴된 현실

민주당 '엘리트 군단' 이미지 갇혀

표심이탈 속 견제구도 못던져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견제 없이 대통령직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워싱턴의 견제 장치 부재가 도마에 올랐다.


NYT “워싱턴, 규범 안통하는 도시돼”…트럼프 직격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분석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이한 워싱턴은 더 이상 과거의 규범이 통하지 않는 도시가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백악관은 이제 ‘사업 기회’의 중심이 되었고, 대통령 일가는 수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역사상 유례없는 방식으로 공직을 사익에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백악관의 사익화’의 단적인 예가 올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발행된 ‘$TRUMP’라는 이름의 트럼프 밈 코인이다. 출시 직후 시가총액은 300억 달러에 달했고, 이 코인을 보유한 상위 투자자 220명은 최근 대통령과의 만찬 행사에 초대됐다. 일부 인사는 대통령과의 사전 VIP 회담 기회까지 가졌으며, 이는 캠페인 후원이 아닌 트럼프 개인 사업의 일부로 진행됐다. 트럼프 일가는 2기 행정부 출범 몇 달 만에 가상자산 수수료와 고액 회원제 클럽 등으로 3억2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고, 해외 부동산 거래에서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두 번째 선정된 뒤 뉴욕증권거래소(NYSE) 리셉션에서 가족 및 내각 구성원들과 함께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두 번째 선정된 뒤 뉴욕증권거래소(NYSE) 리셉션에서 가족 및 내각 구성원들과 함께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심각한 것은 사적 수익화가 외교까지 변질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카타르 정부는 대통령 전용으로 사용할 보잉 747기를 미 공군에 기증했는데, 이 항공기의 가치는 약 2억 달러로 추산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역사상 모든 대통령이 받은 외국 선물의 총합을 넘는 액수다. 베트남도 트럼프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한편, 환경 영향평가와 주민 보상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건너 뛰어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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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행보에도 정치적 후폭풍은 거의 없다. 전임자들의 ‘무절제’를 방지(?)했던 견제 장치들이 사실상 해체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감찰관과 윤리 감시기구를 해고하고, 법무부와 FBI, 규제기관에 측근들을 배치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도 청문회 개최를 거부하고 있어 공식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브레이크가 없다 보니 대통령의 가족들은 당당하게 "어차피 욕먹을 거라면 그냥 게임을 하겠다”(장남 트럼프 주니어)며 마이웨이를 선언하는 형국이다. NYT는 힐러리 클린턴 영부인이던 1990년대, 그녀가 선물거래로 10만 달러를 벌었다는 보도 하나가 몇 주간 정가를 뒤흔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 상황과 대조적인 워싱턴 기류를 지적했다. 컬게이트대학의 마이클 존스턴 교수도 “50년간 부패를 지켜봐 왔지만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뻔뻔한 공직 남용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엘리트 도덕군자’ 늪빠진 민주당 역할 부재


견제구를 던져야 할 민주당은 지지율 부진에 빠져 있다. 민주당의 경우 ‘엘리트·도덕군자 이미지’가 고착화하고 노동계층, 흑인·히스패닉 표심과의 단절이 심화하면서 지지율이 27%(NBC 여론조사)까지 추락,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상태다. 다년간 민주당을 연구해 온 아낫 셴커 오소리오가 정당을 동물에 비유하도록 부동층 유권자를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250개 이상의 그룹에서 민주당은 거북이·나무늘보·달팽이 등 느리고 소극적인 동물에 비유됐다. 반면, 공화당에 대해서는 사자·호랑이·상어 등 강하고 위협적인 ‘포식자’ 이미지를 연상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NYT의 미국 대선 득표율 분석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표심 이탈이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출마한 2016·2020·2024 년 3번의 선거에서 연속으로 공화당 지지율이 오른 지역구(County)는 전체 3100여곳 중 1433곳이나 됐다. 반면 같은 기간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 카운티는 57곳에 그쳤다. 공화당 지지율이 3회 연속 상승한 지역에는 약 4270만 명이 거주하는 반면, 민주당 우세 지역에는 810만 명만 살고 있어 인구 규모에서도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민주당이 대다수 유권자를 대변하는 ‘전국정당’에서 점점 지지 기반이 침식돼 ‘도시 엘리트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셴커 오소리오는 “지금의 민주당 유권자들은 당이 자아성찰보다 행동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유권자들은 (당이) 실제로 그들을 위해 싸워주길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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