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란 어느 날 혼자 피어나는 꽃이 아니다. 디자인이 연결과 협업, 실험과 실행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탄생하듯 진짜 아이디어는 상호작용을 통해 자라난다.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이러한 생태계를 구축하며 창의 산업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패션 인큐베이터 SF’는 신진 패션디자이너를 위한 창업 지원 기관이다. 디자인뿐 아니라 비즈니스 역량까지 키우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다. 창업 초기 디자이너에게 △제품 기획과 생산 △브랜드 전략 수립 △마케팅·PR △바이어 네트워크 연계 등을 지원한다. 실리콘밸리의 자본과 연결돼 창의가 시장성과 직결되도록 돕는 구조다. 뉴욕시의 ‘영 디자이이너 프로그램(Young Designers Program)’은 MZ세대 디자이너를 위한 공공 프로그램으로 원단 및 부자재 제공, 기술 멘토링, 뉴욕패션위크 쇼케이스까지 연계해 실험적 디자인이 시민과 만나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프로그램은 디자인을 단순 예술이 아닌 도시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전형적 사례다.
유럽에서는 창의 생태계가 공간을 매개로 진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알코바(Alcova)’는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 실험적 디자인 전시를 펼치는 독립 플랫폼이다. 사운드 디자인, 설치미술, 공예, 건축, 미식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이며 창의와 산업, 지역과 국제가 만나는 플랫폼이 됐다. 매년 9만여 명이 찾는 이 프로젝트는 신진 디자이너의 글로벌 진출, 도시재생,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가 동시에 실현되는 상징적 모델로 주목받는다.
위 사례들은 신진 디자이너 육성을 위한 체계적 지원, 디자인의 경제성장 동력화, 유휴 공간의 창의적 재활용이 도시와 디자인 발전에 핵심임을 보여준다. 이는 창의 인재 양성, 산업 활성화, 도시재생을 동시에 실현하며 디자인과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 발전을 이끄는 전략이다.
서울도 그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창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창업 인큐베이팅, 굿즈 유통 플랫폼, 국제 진출 연계 등 다각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서울디자인창업센터’는 디자인 기반 스타트업을 위한 전문 인큐베이팅 시설로 올해 하반기에는 동대문 밀리오레 7층에 제2센터를 조성해 유통·상권과 연결된 실질적 성장 허브로 확장한다. ‘DDP디자인스토어’는 서울의 캐릭터 ‘해치’와 ‘서울색’, DDP를 중심으로 한 굿즈를 기획·유통하고 질 좋은 디자인 상품 등을 발굴하는 플랫폼이다. 특히 ‘DDP the NEXT: 영디자이너 굿즈 챌린지’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 상품화하고 수상작에는 프랑스 메종&오브제 전시 기회까지 제공하는 실질적 성장 발판이 된다.
이러한 창의의 흐름은 매년 가을 서울 전역에서 펼쳐지는 ‘서울디자인위크’로 확장된다. 전시·포럼·마켓·워크숍 등이 도심 곳곳에서 펼쳐지며 시민과 기업·디자이너가 함께 도시를 창의로 재구성하는 축제의 장이 된다.
서울의 디자인 전략은 이제 단순한 전시와 콘텐츠를 넘어 ‘기획-생산-유통-소비-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생태계로 진화 중이다. 창의가 자라나는 도시는 더 유연하고 더 빠르게 성장한다. 그리고 그 성장은 더 많은 연결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