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엔화처럼 안 당한다" 존재감 키우는 위안화

■달러 균열 틈타 결제망 확대

중동, 홍콩 통해 위안화 조달관심

4월 국경간 결제 12% 늘어 최고치

민간 차원 디지털 실크로드도 강화

중국 위안화가 미국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질서에 균열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AI이미지중국 위안화가 미국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질서에 균열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AI이미지




중국 위안화가 미국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질서에 균열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플라자 합의 2.0’ 가능성까지 거론될 만큼 통화 질서 재편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홍콩을 중심으로 달러를 우회한 결제망 확대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메리 후엔 와이이 홍콩은행협회장은 최근 카타르 방문 후 “현지 기업들이 위안화 활용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카타르상공회의소 소속 기업들은 “중국과 합작투자를 하거나 중국에서 기술이나 인력을 도입할 때 위안화 풀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결제, 환 헤지, 스와프 등 다양한 금융 인프라를 갖춘 홍콩은 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위안화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4월 국경 간 위안화 결제 규모는 전월 대비 12% 증가한 1조 5100억 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역금융 시장에서도 3월 위안화 점유율이 7.4%를 기록해 유로화(6.2%)를 앞질렀다. 미국 달러는 여전히 82.1%에 달하는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위안화의 상승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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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촉발한 달러 신뢰 저하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에드윈 라이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트럼프의 정책이 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장기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일본이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국제화에 실패했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통화전쟁에 대비해왔다. 엔화가 주로 정부 개발 원조를 통해 진행돼 한계가 있었던 점을 참고해 개발 원조 성격인 일대일로와 민간 차원의 사용 확산을 겨냥한 디지털 실크로드를 패키지로 추진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2015년 자체 개발한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통해 독자적인 결제망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CIPS에 참여하는 은행은 지난 3년간 30%가량 증가해 약 1667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국민은행이 중국의 위챗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중국의 디지털 결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국가도 40개국을 넘어섰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민은행이 최근 은행 거시건전성평가(MPA) 조정의 일환으로 위안화 표시 무역 거래 비율의 하한선을 25%에서 40%로 올렸다고 보도했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충족하지 못하는 은행의 경우 향후 사업 확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중국 통화 당국의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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