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시간 이탈자





남자의 고독사를 알린 건 바람이었다



마주 보고 살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무관심이 부른 부패는 한 달이나 진행되었다

그의 곁엔

벽시계 하나만 걸려 있을 뿐

화려했던 전생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매일 되풀이되던 일상이 사라진 남자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시간 없다란 말이 사라지자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사각의 침대 사각의 이불



사각형 냉장고 사각의 그릇에 담긴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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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의 세탁기에서 꺼내 입던 옷

그의 주변은 온통 모가 난 불평만 있고

굴러가지 못하고 모서리에 늘 혼자였다

주식이 알코올로 바뀐 건 언제였을까

둥근 컵에 따라 마시던

모난 세상은 빙글 돌아 그의 편이 되어 주었을까

과거가 된 모난 사내가 주소지를 옮기고 있다

-홍순화

화려하지 않았지만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생애였을 것이다. 시계추처럼 되풀이되던 일상이지만 가슴 부푼 날도 있었을 것이다. 사각의 규율 속 갇혀 사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규율과 구속 없이 자유도 없었을 것이다. 주식이 알코올로 변하기 전까지는 꿈과 희망이었을 것이다. 모든 삶이 고독하듯 모든 죽음은 고독사다. 고독은 슬픔이 아니라 고유성이다. 대지가 어떤 주검도 내치지 않는 걸 보면 모든 죽음은 완전하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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