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분석

아직도 '100쪽 경방' 짜는 韓…분량보다 민간 목소리 담아야

[성장 가로 막는 6대 난제 풀자]

<1> 기업 목소리 없는 혁신산업 정책

첫 경제정책방향에 성장전략 담길듯

"다양한 의견 수렴해 공감대 형성을"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경제팀이 진용을 갖춰가면서 JM노믹스의 구체적인 성장 전략도 이른 시일 내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내우외환 위기 속 발표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인공지능(AI), 첨단 제조업, 바이오 등 신수종 육성 전략을 압축적으로 제시해 민간의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100쪽이 넘어가는 업무 지침형 경제 청사진으로는 혁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경제정책방향의 뿌리는 박정희 정부가 1962년부터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1996년까지 5년 단위로 수립하고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지시하는 필수적인 계획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의도를 발표하고 그에 따라 민간 부문 행위자들에게 지침을 제공하는 지표적인 계획”이라며 “계획 과정은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집하고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책방향은 6·12월 연 2회 발표를 기본으로 하되 정권 교체나 재창출에 따라 새 정부가 들어선 경우 일정이 밀리기도 했다. 새 정부의 첫 경제정책방향은 향후 1년이 아니라 5년의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남달랐다. 대개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에서 두 달 사이에 발표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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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정권 말에 가까워질수록 소재와 추진 동력이 고갈돼 재탕·삼탕 대책이 남발되기도 했다. 2019년 행정논총에 실린 ‘아이디어와 정책 선택에 관한 경험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경제정책방향의 평균 연간 차이도는 22.9%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에는 12.7%에 그쳤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대선 후보 시절 슬로건으로 내건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이룩하는 데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경제성장수석으로 바꾸는 등 손에 잡히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면서 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 등 3·3·5 경제·산업 대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기술 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을 3대 전략으로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확장 재정 중심의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이 자칫 ‘예산안 편성 세부 지침’ 같은 만기친람형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 공개된 2020년 경방(125쪽)이나 2021년 경방(153쪽)은 보고서 분량이 150쪽에 이를 정도로 방대해 민간기업에서 제대로 숙지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경제 부처의 한 전직 관료는 “대통령실과 기재부가 따로 놀면서 각자 하고 싶은 말만 경방에 담은 것으로 보였다”며 “관료들에게 100쪽, 200쪽 짜리 정책을 짜라고 지시하기 전에 이 정부가 가진 경제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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