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서울 외 거주자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수도권 일부 핵심 지역과 그 외 지역의 아파트 가격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와중에 정부의 추가 부동산 규제 전 ‘똘똘한 한 채’를 노린 지방 현금 부자들이 매수 행렬에 가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수도권 외 지방 거주자 비율은 5월 6.19%에서 지난달 7.72%로 높아졌다. 서울 외 거주자 비율 역시 같은 기간 21.63%에서 25.28%로 올랐다.
특히 수도권 외 지방 거주자의 경우 매수자 비율뿐 아니라 매수 건수 자체가 5월 1010건, 6월 1389건에서 지난달 1441건으로 늘었다. 유주택자의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막는 6·27 대책으로 서울 부동산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현금 동원능력이 풍부한 지방 현금부자들이 매수 행렬에 가담한 데 따른 것이다.
지방 부자들은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여 전세를 낀 갭 투자가 불가능한 강남 3구와 용산구보다 한강벨트 지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강동구의 아파트 매수자 중 수도권 외 거주 비율은 5월 5.97%에서 7월 4.73%로 줄었다가 지난달 8.72%로 늘었다. 또 서울 외 거주자 비율은 5월 24.26%에서 7월 22.23% 감소한 뒤 9월에 30.64%로 증가했다. 6·27 대책 이후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다시 확산하면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한강벨트 지역도 마찬가지다. 마포구는 5월 수도권 외 지역 매수자 비율이 6.57%였으나 9월 11.60%로, 서울 외 지역 매수자는 25.11%에서 32.93%로 불어났다. 영등포구 역시 수도권 외 10.77%에서 13.12%, 서울 외 27.72%에서 33.88%로 올랐다.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강남3구·용산구의 매수자 중 서울 외 거주자 비율이 23%대, 지방 거주자가 6%대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방 사람들의 문의가 많이 늘었다”며 “집도 보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지방 현금 부자들이 돈을 싸서 서울로 몰리는 배경에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된 다주택자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중과 제도가 그대로 남아있고, 보유세 인상도 예상되고 있어 최대한 좋은 입지의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려는 심리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서울에 고가의 똘똘한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지방에 저가의 여러 채 집을 가진 사람보다 양도소득세, 재산세를 더 적게 내는 과세 불균형을 해소하기 전까지는 지방 부자들이 서울 아파트 매수 행렬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추가 규제 지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지방의 현금 부자의 매수세를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두 번의 대책이 유예 기간 없이 발표된 데 대한 학습 효과로 매수자들이 추가 규제 지정 전 추석 연휴 기간에 계약서를 작성한 사례도 있다.
더욱이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가격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 지수는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 152.0, 105.2를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는 2017년 11월을 100으로 해서 산출한 값인데,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52%나 오를 동안 지방 아파트 가격은 5.2% 오르는 데 그쳤다는 의미다. 7월 수도권 지수의 지방 대비 비율 1.4449%는 2008년 8월 1.4547 이후 최고치다.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차이가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상경 투자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방 부자들은 현금 투자 성향이 가능한 만큼 정부의 대출 규제도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인구 쇼크의 마지막 피난처라는 인식 아래 이른바 ‘서울 불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되기 전까지 서울 부동산 매수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