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혁신이 범죄가 되는 나라

■테크성장부 류석 기자






최근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거의 예외 없이 나오는 하소연이 있다. “기존 산업 내 기득권과의 갈등과 규제로 인해 사업을 이어가기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 법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우리 국민들은 해외에서는 일상처럼 이용되는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를 아직까지도 국내에서는 경험조차 해보지 못하는 웃지 못할 현실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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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기득권 전문직역단체와의 갈등이 일부 스타트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공지능(AI)에서부터 뷰티·로봇·자율주행 등 기존 산업을 혁신하려는 스타트업들은 모두가 유사한 벽에 부딪히고 있다. 이렇다 보니 요즘 창업자들은 사업 계획을 구상할 때조차 ‘직역단체의 심기를 어떻게 하면 덜 건드릴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질서를 조금이라도 흔들면 직역단체와 이해관계자들은 곧바로 탄탄한 네트워크와 사문화된 규제들을 동원해 공격에 나서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혁신을 시도했다가 범죄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국민의 ‘눈 건강’을 앞세워 컬러렌즈 플랫폼을 압박하는 대한안경사협회, 국민을 ‘탈세범’으로 모는 주장을 내세워 세무테크 기업에 고발장을 날리는 한국세무사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직역단체들은 스타트업을 향한 공세에 ‘공공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 이면에는 변화에 대한 집단적 저항과 기존 시장 지배력을 지키려는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러한 직역단체의 행태는 정작 국민의 편익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단체 내 회원들의 권익마저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거 영화 업계가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를 보이콧했다가 결국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주도권을 내준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스타트업 업계는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 여정 내내 기득권과 맞서 싸워온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스타트업들이 지금과 같이 기존 법령과 직역 갈등에 발목이 잡힌다면 이번 정부가 강조한 AI·바이오·우주 등 첨단산업 육성 전략은 허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규제의 칼날은 잠시 접어두고 국가와 국민 전체의 이익을 높여주는 혁신 스타트업에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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