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MZ에 제지업 가치알려야
“제지업계 2·3세대가 해야 할 역할은 50년 이상 된 업계의 ‘올드’한 시스템을 현재에 맞게 개선해 MZ세대가 일하고 싶은 업계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현수 한국제지연합회장(깨끗한나라(004540) 사장)은 취임 취임 100일에 즈음해 16일 종이의 날을 맞아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취재진과 가진 차담회에서 “젊은 인재들이 제지업계에 들어왔을 때 낯설지 않게, 본인들이 일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며 “디지털화의 생명은 투명성이다. 데이터를 투명하게 운영해 제지업을 모르는 사람도 운영을 하고 기계를 돌릴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1952년 전신인 한국제지공업연합회로 설립된 제지연합회 73년 역사 최초로 올해 2월 첫 여성 회장이 됐다. 그는 1958년 한국특수제지공업(현 한국제지)과 1966년 대한펄프공업(현 깨끗한나라)을 설립한 1세대 ‘제지인’인 고(故) 최화식 창업주의 손녀이자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이다. 최 회장(36대)은 조부인 고 최 창업주(11·12대)와 부친인 최병민 회장(29·31대)에 이어 3대째 제지연합회 회장에 올랐다.
1세대가 제지 산업 초석 다지고
2세대는 세계 시장 진출 일궈내
2세대는 세계 시장 진출 일궈내
1세대가 제지산업의 불모지였던 이 땅에 산업화의 초석을 다졌다면 2세대는 기술력을 끌어올려 세계 무대에 ‘K-종이(K-Paper)’를 들고 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에게 3세대에게 주어진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지를 물었다. 한경록 한솔제지(213500) 사장과 이도균 무림페이퍼(009200) 사장 등과 함께 3세대 제지인으로 불리는 최 회장은 2027년 2월까지인 제지연합회 회장 임기 내에 달성하고 싶은 목표로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젊은 세대들에 제지업 가치를 알리는 것’을 꼽았다.
제지업 단연코 사양산업 아니야
에너지 사업도 제지업 한축돼야
에너지 사업도 제지업 한축돼야
그는 제지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제지업은 내수 시장의 한계, 디지털 전환 가속화, 펄프 등 원료의 높은 해외 의존도,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제지 산업은 정보기술(IT), 바이오 등과 함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드넓은 공장 부지와 옥상 공간 등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도 제지업의 한 큰 축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수 년 간 급격히 오른 전기요금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짧은 기간에 전기료를 여러 차례 올려 업계 산업계 전반이 상당히 힘든 게 사실”이라며 “제지업계 역시 가파르게 오른 전기료 문제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적자가 심각한 한국전력의 상황을 알기에 전기요금을 올리지 말라고는 얘기 못하겠다”고 언급했다.
전기생산 확대활동 정부 지원을
대신 업계가 전기의 생산량을 늘리고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하는데 대해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전주페이퍼는 전주에너지를 운영할 정도로 전기 생산을 오래도록 했다. 무림은 전력을 자가 생산해 보일러를 사용한다. 깨끗한나라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전략 과부하를 막고 내년에는 소각로를 설치하려 한다”며 “이런 활동과 관련해 정부가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좋지않은 실적 해법은 수출확대
그는 올해 1분기에도 좋지 않은 실적을 거둔 업계의 돌파구는 수출 확대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인쇄용지는 46.2%, 백판지 47.5%가 수출되고 있다”며 “다양한 국가로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장지, 위생용지도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골판지 등은 지종 강점을 활용해 해외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현수의 회장 모두 발언
안녕하십니까? 한국제지연합회 회장, 최현수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제9 회 종이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동시에, 제가 한국제지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의미깊은 이 자리에서 제지산업을 담당하는 기자들과 함께 그동안 협회장으로서 느낀 소회와 업계의 현황, 미래를 위한 방향성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한국제지연합회 73년 역사상 첫 여성 회장으로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무게감과 동시에 책임을 함께 느끼며,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바탕으로 업계에 신선한 시각과 실행력을 보태고자 합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의미를 강조하고 싶지는 않지만, 변화의 시대에 따른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0일은 ‘업계와의 경청과 연결의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요 기업들과의 실무 간담회를 통해 업계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었고, 협회 운영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수출 기반 확대를 위한 업무에 착수하고 재활용 시스템 개선을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습니다.
작지만 실행 중심의 첫걸음을 시작한 셈입니다.
사실, 지난해 말 회장직을 제안받았을 당시, 잠시 고민도 했습니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저성장 기조,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여러 도전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시기일수록 누군가 나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취임 일성으로 “제지산업이 다시 도약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자”고 선언했습니다.
우리나라 제지산업은 이미 세계 8위 생산국(1082만 톤), 세계 5위권 소비국(1인당 종이 소비량183.6kg)이라는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흔히 제지산업을 내수 지향적 산업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런 구조를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쇄용지와 백판지는 전체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 기반에는 89%에 달하는 종이 재활용률이라는 우리만의 강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종이자원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우리사회 전체 순환경제 시스템을 지탱하는 핵심자원입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내수 시장의 한계, 디지털 전환 가속화, 원료의 높은 해외 의존도(펄프), 글로벌 경쟁 심화 등이 그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수출 확대’를 위한 품질 고도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K-Paper의 이름으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야 합니다.
세계 시장을 향한 담대한 도전으로 새로운 성장 활로를 개척해야 합니다.
둘째, ‘기술혁신’을 통한 ‘친환경 산업’으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합니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포장재, 기능성 특수지, 셀룰로오스 나노섬유(CNF)와 같은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로 신시장과 신수요를 창출해야 합니다.
일본의 사례처럼 제지기업이 신소재·에너지·바이오케미컬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우리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셋째,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영 시스템 혁신이 필요합니다.
IoT, 빅데이터,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예지보전 시스템은 물론 원료 수급, 물류, 고객관리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은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닌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이런 전략이 실현되기 위해선 외부 여건의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물론, 산업 전반의 협력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첫째,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친환경 설비 투자, AI 자율 제조, 수출 판로 개척 지원 등의 부문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둘째, 업계 내부의 중장기 R&D 투자 확대와 인재 양성 체계 구축이 시급합니다. 특히 고령화된 인력구조를 고려해 청년인재의 유입을 유도하고, 다양한 산업과의 기술적 연계를 포함한 글로벌 수준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합니다.
셋째, 원료 생산 및 확보부터 유통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신뢰 기반의 협력생태계가 마련돼야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강점인 종이자원 등 재활용 원료의 수거 체계와 유통 전반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또 앞으로는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연계 등 새로운 협력 모델도 열린 시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공급 안정성과 기술력 확보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우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하나의 길이 될 것입니다.
특히 제지업계에 국한하지 않고, 환경, 물류, 온라인 기반 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업종과의 연계와 협업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 탈탄소 시대 속에서도 종이는 여전히 감성과 정보를 담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대체 불가능한 소재입니다. 종이는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저는 '실행하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제지산업이 국민 생활에 기여하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주력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움직이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업계와 언론이 함께 제지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따뜻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