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국 클래식 별들과 함께…정명훈 '7인 실내악'의 귀환

■ 서울경제 창간 65주년 기념 '정명훈과 비르투오지' 7월3일 공연

피아니스트로 후배 연주자와 협업

바이올린 클라라 주미 강·김재영 등

절정 기량 갖춘 기악계 스타 합류

고전·현대 아우른 폭넓은 구성 눈길





정명훈이 이끄는 실내악의 향연이 14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바쁜 일정으로 2011년 중단됐던 ‘정명훈과 7인’ 실내악 시리즈가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창간 65주년을 기념해 7월 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정명훈과 비르투오지’ 공연에서 정명훈은 지휘자가 아닌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선다. 그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김재영, 비올리스트 박경민, 첼리스트 송영훈,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과 함께 실내악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르투오지는 이탈리아어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연주자’를 뜻한다.



정명훈은 최근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극장인 라스칼라에서 247년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인 음악감독에 선임됐으며 부산 콘서트홀 및 오페라하우스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실내악에 대한 애정과 후배 음악가들과의 음악적 교감을 위해 이번 무대를 직접 기획했다.

정명훈의 실내악 무대의 기원은 1997년 ‘7인의 남자들’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강동석·김영욱·최은식·양성원·조영창·한동일 등 당대 최고 연주자들과 함께한 이 공연은 실내악이 생소하던 시절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다. ‘7인 시리즈’ 공연은 해를 거듭하면서 여성 연주자와 해외 음악인까지 합류하며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예핌 브론프먼, 슐로모 민츠, 미샤 마이스키, 유리 바시메트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가세하며 국제적인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후 중단됐던 7인 실내악 시리즈는 2009~2011년 잠시 재개됐으나 정명훈의 바쁜 일정으로 다시 휴지기에 들어갔다.

이번 공연은 그간 크게 성장한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그려가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명훈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인간, 음악가, 한국인”이라고 말해왔으며 이번 무대는 그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실내악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연에는 연주 기량이 절정에 오른 한국 기악계의 별들이 참여한다. 클라라 주미 강은 뮌헨 국립 음대, 줄리아드 음악원등을 거쳐 세계 주요 무대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한 뒤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수학한 김재영은 현재 국내 대표 현악 4중주단인 노부스콰르텟을 장기간 이끌며 국내외 실내악 음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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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은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최고 연주자과정을 졸업했으며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수석을 역임하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종신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송영훈은 2010년 센다이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뉴욕 필하모닉, 서울시향 등과 협연했으며 2019년~2024년 KBS 클래식 FM ‘송영훈의 가정음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졸업하고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수학한 성민제는 2011년 마크노이키르헨 국제콩쿠르에서 콘크라베이스로 입상한 바 있다. 김한은 독일 뤼벡 음대에서 자비네 마이어를 사사했으며 파리국립오페라 수석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참여 연주자들은 정명훈과의 협업에 대해 각별한 기대와 존경을 드러냈다. 클라라 주미 강은 “실내악 무대로 정명훈 선생님과 처음 함께하게 돼 무척 기대가 크다”며 “그는 언제나 젊은 음악가들에게 아낌없이 기회를 주시고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기쁨을 진심으로 나눠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이번 무대가 단순한 연주를 넘어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과거 ‘7인 시리즈’에도 참여했던 송영훈의 감회는 남다르다. 그는 “협연이 외향적인 표현의 장이라면 실내악은 내면을 드러내는 예술”이라며 “특히 정 선생님처럼 섬세한 음악가와의 실내악은 그 자체로 진솔한 감정의 교류이자 음악을 통해 나누는 진정한 대화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연주 프로그램은 고전에서 현대까지 폭넓게 구성됐다. 1부는 현대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형제들’로 문을 연 뒤 슈베르트의 현악 사중주 D.703 ‘콰르텟자츠’, 스트라빈스키의 ‘클라리넷 독주를 위한 세 개의 소품’, 베토벤의 ‘클라리넷 삼중주 작품번호 11번’이 연주된다. 2부는 슈베르트의 오중주 ‘송어’로 마무리된다.

연주자들은 1977년 작곡된 ‘형제들’의 현악 사중주 버전을 무대에 올리는 데 대해 “설렌다”고 입을 모았다. 또 실내악의 걸작인 슈베르트의 ‘송어’를 통해 관객들과 유쾌하고 따뜻한 음악적 소통의 장을 열 것으로 예상했다. 송영훈은 “‘형제들’은 짧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곡으로 실내악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며 “함께하는 연주자들과도 호흡이 잘 맞아 완성도 높은 무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재영은 슈베르트의 곡들에 대해 “연주하는 이들에 따라 매번 다르게 살아나는 곡으로 섬세하고 아름다운 디테일이 많이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14년 만에 돌아온 정명훈의 실내악 무대는 그의 깊어진 음악성과 후배 음악인들과의 교감이 응축된 귀한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혜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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