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오피스텔에 금괴만 101개…3000억 빼돌린 은행원의 호화생활

14년간 총 3089억 원 횡령…금괴·상품권으로 은닉

김치통에 수표, 오피스텔엔 금괴 101개 감춰

1심 징역 35년에도 “형 가볍다” 검찰 항소 제기

대법, 원심 형량 확정…추징금은 시세 재산정 명령

검찰이 이 모 전 BNK경남은행 부장으로부터 압수한 현금. 서울중앙지검검찰이 이 모 전 BNK경남은행 부장으로부터 압수한 현금. 서울중앙지검




고객 돈 3000억 원가량을 빼돌려 금괴와 명품, 부동산을 사들이며 초호화 생활을 누린 전 BNK경남은행 간부가 징역 35년형을 확정받았다. 김치통에는 수표를 숨기고, 오피스텔에는 1kg짜리 금괴를 100개 넘게 감춘 전대미문의 내부 범죄였다. 범행에는 가족도 가담했고, 이들은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A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추징금 159억 4629만 원에 대해 “압수한 금괴는 선고 시점 시세로 재산정해야 한다”며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A씨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14년간 반복적으로 자행한 초대형 금융 범죄에 따른 것이다. A씨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담당하며 시행사 직원을 사칭하거나, 허위 대출 요청 문서를 꾸며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신탁회사 등이 시행사 명의 계좌로 송금한 대출금이나 상환 자금을 가족이나 지인 명의 계좌로 이체해 가로챘다. 99차례에 걸쳐 빼돌린 횡령금의 규모는 3089억 원에 달하며, 단일 횡령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검찰이 이 모 전 BNK경남은행 부장으로부터 압수한 금괴. 서울중앙지검검찰이 이 모 전 BNK경남은행 부장으로부터 압수한 금괴. 서울중앙지검



빼돌린 자금은 고스란히 사적 소비로 이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서울 강남 삼성동 고급 빌라에 거주하며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생활비를 탕진했다. 가족 명의로 부동산 83억 원어치를 매입했고, 명품 가방과 시계, 골프·피트니스 회원권, 자녀 유학비, 주식 투자 등에도 돈을 쏟아부었다. 월 평균 지출액은 7000만 원을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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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익은 치밀하게 분산 은닉됐다. A씨는 금괴나 상품권을 구매하거나, 이른바 ‘상품권 깡’을 통해 현금화해 이를 차명 오피스텔 세 곳에 나눠 숨겼다. 검찰은 해당 오피스텔에서 1kg 금괴 101개(약 130억 원 상당), 현금 45억 원, 미화 5만 달러를 압수했다. A씨 주거지에서는 고가의 명품 가방과 신발도 대량 발견됐다.

범행엔 A씨의 가족들도 적극 가담했다. 아내 용 모 씨는 압수수색 직전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김치통에 숨긴 혐의로 올해 4월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고, 친형은 자금세탁업자를 소개해주고 상품권 깡을 주도한 혐의로 3월 같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A씨 일가와 자금세탁 조직 등 총 7명을 기소했고 모두 실형이 확정됐다.

검찰이 이 모 전 BNK경남은행 부장으로부터 압수한 명품. 서울중앙지검검찰이 이 모 전 BNK경남은행 부장으로부터 압수한 명품. 서울중앙지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열린 1심에서 A씨에게 징역 35년과 추징금 159억 4600여 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질서가 당초 예상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천문학적 금액을 횡령했다”며 “범죄수익 은닉을 통해 출소 후 이익을 누리려 했던 정황, 금융시장에 미친 악영향 등을 고려할 때 장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또 “취득한 이익만 280억 원에 달하고, 차명계좌를 활용하는 등 범행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민종 부장검사)는 "형이 가볍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경남은행에 6개월간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관련 임직원도 정직과 견책 등 징계를 받았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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