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16가지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출범 하루 만인 3일 가장 먼저 삼부토건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의 관여 여부가 핵심 쟁점이자 우선적으로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날 확보한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다음 주 중 김 여사를 공개 소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가 삼부토건의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하고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김 여사에게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 거래’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 특검은 최장 150일이라는 제한된 수사 기간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진척이 더뎠던 삼부토건 사건의 자료 확보와 관련자 조사에 우선 속도를 낸 뒤 수사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김 여사의 혐의 여부까지 규명할 계획이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2023년 5~6월 삼부토건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허위로 홍보해 주가를 부풀린 뒤 보유 주식을 처분해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삼부토건의 조성옥 전 회장과 이일준 현 회장 등 전·현직 실질 사주와 경영진이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여사 연루 의혹은 2023년 5월 14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이자 김 여사의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해병대 예비역 단체대화방 ‘멋쟁해병’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불거졌다. 실제로 이틀 뒤인 5월 16일 김 여사는 우크라이나 영부인과 면담했고 같은 달 24일에는 삼부토건 임원들이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하면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2023년 국토부 시공능력평가에서 77위에 그쳤던 삼부토건은 단기간에 ‘우크라이나 재건 대표 테마주’로 급부상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는 현대건설·삼성물산·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삼부토건은 실제 해외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해외 기업들과 형식적인 업무협약(MOU)을 반복적으로 체결해 사업이 임박한 것처럼 주가를 띄웠다. 그 결과 삼부토건의 주가는 2023년 5월 10일 1038원에서 5월 22일 1496원까지 상승했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재건 사업 논의를 진행한 직후인 7월 17일에는 최고가인 5010원을 기록하며 두 달여 만에 주가가 5배 가까이 급등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본인 및 차명 계좌 200여 개를 조사하며 자금 흐름과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의 실체를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금감원은 그 결과 삼부토건이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투자자들을 속여 부정 거래를 했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부당이득이 이 전 대표 측으로 흘러갔는지는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김 여사와 원 전 장관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직접적인 관련성이나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해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건을 이첩받은 서울남부지검은 금감원에 추가 수사를 지휘했고 지난달 출범한 김건희 특검이 사건을 넘겨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지금까지 강제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도이치모터스 사건보다 수사 진척이 더딘 상태다. 이에 김건희 특검은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삼부토건-이종호-김건희’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에 초점을 맞추고 관련자들을 신속히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도 연루된 이 전 대표를 불러 두 사건을 병행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표는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개입 정황이 드러날 경우 이 전 대표를 연결 고리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순직해병 사건이 하나의 지점에서 교차하게 될 수 있다.
특검은 조만간 원 전 장관도 참고인으로 소환해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행사에 동행한 경위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장관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도 얽혀 있다. 이일준 디와이디 회장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와이디는 2022년 삼부토건 인수 직후 주가 부양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디와이디는 현재 삼부토건의 최대주주다.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 또한 나온다. 특검이 조만간 김 여사 측에 공식 소환을 통보하고 이르면 다음 주 중 조사 일정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검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소환 통보를 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실제로 기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조작 사건은 특성상 혐의 입증이 까다롭고 김 여사가 연루됐다고 하더라도 자금을 댄 전주(錢主) 역할에 머물러 방조범 이상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김 여사를 기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범으로 지목된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김 여사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