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3990원, 3480원.
대형마트 3사가 최근 할인 행사에서 판매하는 치킨 한 마리 가격이다. 마트들이 여름 성수기를 맞아 대표 서민 먹거리인 치킨 가격을 앞다퉈 인하하며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치킨 전쟁의 포문을 연 곳은 ‘통큰 세일’을 진행 중인 롯데마트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대표 치킨 상품인 ‘통큰치킨’을 5000원에 판매했다. 2010년 공전의 히트를 쳤던 통큰치킨과 동일한 가격으로 선을 보이자 이를 구매하기 위한 오픈런까지 발생했다.
해당 제품의 크기는 국내산 냉장계육 10호(951~1050g)로 BBQ·교촌 등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하는 계육과 동일하다. 최근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배달료를 포함할 경우 3만 원에 육박한 점을 감안하면 6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주일간 총 준비물량 10만 마리가 매일 오전 중 완판됐다”며 “오픈 전부터 닭을 튀기기 시작하지만 오픈런한 고객들이 많아 번호표를 나눠주고 장을 본 후 찾아가는 식으로 운영했다”고 전했다.
마트 치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홈플러스는 이날부터 6일까지 나흘간 ‘크레이지 4일 특가’ 행사를 통해 ‘당당치킨 옛날통닭’을 한 마리 3990원에 내놨다. 홈플러스는 닭을 조각내지 않고 통째로 튀기는 제품 특성상 상대적으로 작은 계육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세일에 돌입하는 이마트는 고민 끝에 홈플러스보다 치킨 가격을 510원 더 낮췄다. 4~6일 ‘고래잇 페스타 쿨 썸머’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이마트는 ‘어메이징 완벽치킨’ 한 마리를 3480원에 판매한다. 국내산 냉장계육 8호를 사용한 치킨으로 역대 최저가다. 당초 이마트는 정가 6480원인 해당 제품을 행사 기간 중 4880원에 판매하려고 했으나 마트들의 가격 경쟁이 격화되자 최종적으로 가격을 더 낮췄다. 이마트 관계자는 “원가 구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원료육을 대량 매입하고 마진을 최소화해 가격혁신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마트 업계는 최근 먹거리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대표 외식 품목인 치킨을 파격 할인 품목으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6.31(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 상승했다. 올해 1월(2.2%)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이중 치킨의 6월 물가 지수는 128.72로 같은 기간 3.1%올라 전체 상승률을 웃돌았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면, 치킨 등 대표 서민음식 가격이 계속 인상되면서 소비자들이 점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이에 마트들이 마진을 줄여서라도 초저가에 치킨을 내놓으면서 고객을 모아 매출을 늘리려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