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명품은 베껴도 돼?"…프라다, 인도 전통 샌들 표절 의혹에 "영감 받았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한 매장 앞에 인도 전통 수제 가죽 신발인 ‘콜라푸리 차팔’이 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한 매장 앞에 인도 전통 수제 가죽 신발인 ‘콜라푸리 차팔’이 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최근 밀라노 패션쇼에서 선보인 샌들이 인도 전통 수제 신발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문화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프라다는 해당 제품이 인도 전통 신발에서 영감을 받은 것임을 인정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월 밀라노에서 열린 프라다 2026년 봄·여름(S/S) 남성복 컬렉션에서 런웨이에 오른 모델들이 신은 T자 스트랩 샌들이 인도 전통 수제 가죽 샌들인 ‘콜라푸리 차팔(Kolhapuri Chappal)’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인도 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졌다.

콜라푸리 차팔은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콜라푸르(Kolhapur) 지역에서 제작되는 수공예 샌들로, 밑창이 평평하고 고유의 전통 문양과 디자인이 특징이다. 정교한 세공과 뛰어난 내구성으로 현지에서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신발로 자리 잡고 있다.

인도 누리꾼들은 “프라다가 우리 문화를 훔쳤다”, “전통 유산을 상업적으로 착취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했고, 마하라슈트라주 상공회의소는 프라다에 공식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논란이 커지자 프라다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해당 샌들은 마하라슈트라와 카르나타카 일부 지역에서 제작된 인도 전통 신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것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초기 디자인 단계로 상용화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인도 현지 장인 공동체와 의미 있는 교류를 위한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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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프라다 패션쇼에서 모델이 샌들을 신은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지난달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프라다 패션쇼에서 모델이 샌들을 신은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인도 내에서는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원조 문화를 존중하지 않은 채 무단 차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패션 칼럼니스트 카니카 갈로는 “프라다가 해당 신발을 어떤 방식으로 상품화할 계획인지 불투명하다는 점이 인도인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수방 나이르는 “콜라푸리 차팔은 2019년 인도 정부로부터 ‘지리적 표시(GI, Geographical Indication)’ 보호를 받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GI는 상품에 특정 지리적 원산지가 존재하고, 그 원산지에서 상품의 품질과 특성이 비롯될 때 붙는다. 다만 GI 보호는 인도 국내에만 적용되며, 국제적인 법적 구속력은 갖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민족주의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도 남성복 디자이너 라그하벤드라 라토르는 “평소 1000~3000루피(약 1만6000원~4만7000원) 수준의 소박한 전통 샌들이 프라다 컬렉션에 포함돼 국제 무대에 소개된 것은 오히려 축하받을 일”이라며 “이 제품을 제작해온 공동체에 피해는 없었고, 오히려 글로벌 인지도가 상승해 판매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패션계에서 문화 도용(Cultural Appropriation) 논란은 반복적으로 제기돼왔다. 프랑스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은 2015년 멕시코 원주민의 전통 의상을 차용한 블라우스 디자인으로 비판받았고, 2020년에도 멕시코 원주민의 전통 문양이 담긴 망토를 공개했다가 멕시코 정부로부터 공식 항의와 해명을 요구받았다. 멕시코 정부는 2021년에도 자라(ZARA), 앤트로폴로지(Anthropologie)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자국 원주민 문화를 무단 차용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명품은 베껴도 돼?"…프라다, 인도 전통 샌들 표절 의혹에 "영감 받았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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