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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히트 두바이 질주, 문세영 2000승…‘새 역사’ 넘쳐난 2025 상반기 경마

빈체로카발로의 스프린터 삼관

이종훈 마주 300승 달성도

문세영 기수의 2000승 달성 경주. 사진 제공=한국마사회문세영 기수의 2000승 달성 경주. 사진 제공=한국마사회




2025년 상반기 경마계는 굵직한 성과들로 가득했다. 수치로도, 서사로도 기록될 만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쏟아졌고 어떤 순간은 팬들의 가슴에 오래 남을 감동으로 새겨졌다. 3일 한국마사회는 그 가운데 특히 조명할 만한 네 가지 이슈를 통해 올 상반기 한국 경마의 흐름을 되짚었다.



◇글로벌히트와 김혜선 기수, 두바이서 드높인 K경마의 자존심

3월 1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에서는 두바이 월드컵의 예선전 슈퍼 새터데이(Super Saturday)가 개최됐다. 두바이로 원정을 떠난 ‘글로벌히트’와 김혜선 기수는 이날 ‘알 막툼 클래식’(G2, 2000m, Dirt)에 도전해 3위에 입상하며 한국 경마의 위상을 높였다.

지난해 국내에서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모두 제패한 글로벌히트는 한 달 간 두바이 현지 적응과 함께 기초적인 출발 연습부터 다시 시작하며 차근차근 경주를 준비했다. 그 결과 4번 게이트에서 100점짜리 출발을 보여주며 전 세계 유명 경주마들을 제치고 선행에 성공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비록 결승선을 400m 남겨둔 지점에서 최고 인기마 ‘임페리얼엠퍼러’에게 추월 당하고 결승선 직전 ‘아토리우스’에게 간발의 코 차로 밀려 아쉽게 2위도 넘겨줬지만 ‘킹골드’ ‘카비르칸’ ‘카리브’ 등 인기마들을 제치는 성적을 거뒀다. 경주마도, 기수도 모든 것을 쏟아부은 당당한 3위였다.

글로벌히트의 성과는 한국 경마가 세계 무대에 ‘도전 가능한’ 수준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진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혜선 기수는 “그동안 느껴왔던 히트의 잠재력을 세계 무대에 보여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저 또한 한국 경마의 가능성을 몸소 느낀 계기가 됐다”고 했다.

◇황태자 문세영의 한국경마 두 번째 2000승 달성

3월 29일 한국 경마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이 세워졌다. 현역 최고의 기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문세영 기수가 개인 통산 2000승을 달성한 것이다. 이날 하루에만 무려 4승을 몰아치는 기염을 토하며 맞이한 기록이다. 이로써 그간 한국 경마 사상 단 한 번뿐이던 ‘경마대통령’ 박태종 기수의 기록을 ‘경마황태자’ 문세영 기수가 나눠 갖게 됐다.

문 기수는 2001년 데뷔 이후 24년 동안 9000회가 훌쩍 넘는 경주를 치르며 48번의 대상경주 우승과 9번의 최우수 기수 수상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이번 성과는 후배 기수들에게는 도전의 이정표로,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전설로 기억될 것이다.



4월 12일에는 문 기수의 2000승을 기념하는 팬 미팅이 개최돼 지난 24년 간의 커리어를 돌아보고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문 기수는 “2000승은 저의 기록인 동시에 팬 여러분의 기록이기도 하다. 경마 팬분들의 응원과 질책 모두 감사드린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월 마주협회장배에서 우승한 빈체로카발로. 사진 제공=한국마사회5월 마주협회장배에서 우승한 빈체로카발로. 사진 제공=한국마사회


◇빈체로카발로, 스프린터 삼관(三冠)으로 단거리 최강자에 오르다

’빈체로카발로‘가 한국 경마 최초로 스프린터 시리즈 삼관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3월 부산일보배, 4월 SBS스포츠 스프린트, 5월 서울마주협회장배 세 번의 경주를 모두 우승함으로써 단거리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막판 직선 주로에서 보여주는 빈체로카발로의 폭발적 추입은 경주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며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낸다.

빈체로카발로는 국내산마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외산 단거리마의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한국 단거리 무대에서 국산마가 무려 삼관왕을 차지한 것은 국내 육성 시스템의 저력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특히 경매가가 3000만 원에 불과함에도 수득 상금이 이미 1억 4000만 원을 넘어선 점이 인상적이다. 빈체로카발로를 관리 중인 서인석 조교사는 “늘 달리려는 의욕이 넘치는 말”이라고 평했다.

‘승리하리라’는 뜻의 ‘빈체로(VINCERO)’와 말을 의미하는 ‘카발로(CAVALLO)’가 더해진 ‘승리의 말’ 빈체로카발로. 하반기 코리안 스프린트 무대를 준비 중인 그가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한국 경마계 새로운 이정표, 이종훈 마주 300승 달성

6월 15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이종훈 마주가 경주마 ‘벌마킹’의 우승으로 한국 경마 최초 마주 300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마주의 100승은 기수나 조교사의 100승과 달리 절대적으로 희소하며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마주의 100승은 기수와 조교사의 700승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 마주의 300승은 20년이라는 세월을 한국 경마와 함께하며 엄청난 투자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맺은 땀의 결실이다

아델스코트CC와 ㈜에이스나노켐의 대표이기도 한 이 마주는 2005년 마주로 데뷔해 총 17차례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 ‘벌마의꿈’ ‘벌마의스타’ ‘오아시스블루’ 등 명마들이 이 마주의 품에서 탄생했다. 이 마주가 지금까지 보유한 경주마와 이를 통해 경주에 출전한 횟수는 여타 마주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이 마주는 현재까지 총 186두의 경주마를 보유했는데 이는 서울·부경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은 경주마를 보유한 김창식 마주와도 39두의 차이가 난다.

이 마주는 “경마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레저 스포츠로 인식되는 날까지 더 나은 경주를 위해 좋은 말을 공급하고 경마 문화 발전을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종훈 마주. 사진 제공=한국마사회이종훈 마주. 사진 제공=한국마사회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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