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용부 차관 “온열질환 위험 때 사업주와 노동자, 작업 멈춰야”

법에 있는 작업중지권 ‘유명무실’

사업주 판단에 따라 못쓰기 때문

산불·태풍·지진에도 일하는 현실

李 공약에 작업중지권 담겨 주목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이 3일 서울에 있는 한 건설현장을 찾아 현장노동자에게 폭염 예방키트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노동부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이 3일 서울에 있는 한 건설현장을 찾아 현장노동자에게 폭염 예방키트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노동부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이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강화 대책 마련을 사실상 예고했다. 노동계가 원하는 작업중지권은 법에 있지만 현실에서 쓰기 어려운 제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권 차관은 4일 전국 48개 지방고용노동관서와 폭염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관장 회의를 열고 “온열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사업주와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은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2023년 6월 한 대형마트 실내주차장에서 카트를 정리하던 20대 직원이 숨졌다. 사망 원인은 온열로 인한 폐색전증이었다. 폭염 속 힘든 작업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작업중지권은 노동계가 바라온 대표적인 정책으로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국정기획위원는 조만간 공약과 노동부 업무보고를 토대로 국정과제를 발표할 방침이다. 국정과제는 정부의 노동 정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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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는 작업중지권을 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지만, 쓰기 어려운 현실이다. 사측이 작업중지를 할 만한 긴박한 위험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작업 중지 기간 입은 손해를 근로자가 보전하라는 요구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2023년 대법원은 7년 만에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 7월 26일 충남 세종시의 한 산업단지 내 공장에서 위험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지점에서 200m 가량 떨어진 공장 근로자들은 어지럼증과 두통 등을 호소했고, A씨는 동료 28명에게 대피를 권유했다. 하지만 사측은 A씨에게 작업장을 무단 이탈하고 조합원들에게 임의로 작업을 중지하게 했다며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에 A씨는 정직 처분 무효확인과 정직 지간 임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1·2심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 경주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한 대형마트가 논란이었다. 울산에 있는 이 대형마트는 지진이 일어났지만, 직원을 대피시키지 않고 근무를 하도록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올 경북 산불에서는 산불이 옮겨붙기 전까지 영업을 강해한 골프장이 비난을 자초했다. 당시 캐디들처럼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아예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자격도 주어지지 않는다. 배달노동자도 작업중지권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이 작년 7월 발표한 배달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답변자 68%는 ‘이상 기후현상이 있을 때 작업중지권이 보장된다면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배달 건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배달노동자 절반 이상은 태풍, 폭우 때 자산의 안전을 위해 일을 멈추고 싶다는 것이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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