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거 공급 확대 대책의 핵심은 기존 공공주택지구를 활용한 ‘고밀 개발’이다. 기존 공급 대책에서 발표된 택지의 용적률을 높이고 공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업무 시설과 상가 전용 부지를 줄이는 대신 주거 용지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급 대책은 꼭 신도시의 신규 택지만이 아니고 기존 택지나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얼마든지 있다”고 한 발언은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택지 개발 방식을 고밀 개발로 바꾸면 공급 속도는 확연히 빨라진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언급했던 4기 신도시가 추진되지 않는 이유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추가 신도시 개발은 택지 발표 이후 입주까지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공급 대책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발언의 기존 택지는 2021년 2월 4일 지정된 광명시흥 등 2·4 대책 지구와 2024년 8월 8일 신규 택지로 지정된 서리풀 등 8·8 대책 지구로 해석된다. 2·4 대책 지구는 광명시흥·의왕군포안산·화성진안 등 3곳이며 기존 공급 목표는 각각 6만 7000가구, 4만 가구, 2만 9000가구의 총 13만 6000가구였다. 이에 더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용적률 상향, 공원 녹지와 상업 용지 축소를 통한 주거 용지 확보로 약 1만 4000가구의 추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내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할 것”이라며 “용적률 상향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리풀, 고양 대곡,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 등 4곳으로 구성된 8·8 대책 지구에서도 기존 공급 목표인 5만 가구에서 약 1만 가구가 늘어난 6만 가구로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LH 관계자는 “국토부와 협의 중”이라며 “토지 이용 효율화를 통한 공급 물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2기 신도시 택지 가운데 아직 매각되지 않은 토지 공급도 추진한다. 올해 3월 기준 2기 신도시의 미매각 용지 규모는 총 195개 필지, 167만 5000㎡ 규모다. 미매각 용지 매각을 통해서는 6000가구 수준의 추가 공급 물량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LH는 패키지형 공모, 리츠 등 시장 상황과 재무 여건에 맞춰 최적화된 공모를 추진할 방침이다.
공원 녹지와 자족 용지를 줄여 공급 물량을 확대하기 위한 법령 정비의 추진도 예상된다. 택지 개발 시 녹지 확보 기준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령에 따라 정해진다. 자족 기능을 높이기 위해 지식산업센터·연구소·일반업무시설 등으로 용도가 제한된 자족 용지 기준도 마찬가지다. 국토부 지침에 따라 정해지는 자족 용지 비율은 최근 지식산업센터 등 공실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기·3기 신도시는 자족 용지를 과도하게 설정하다 보니 공실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자족 용지 규모를 줄여야 토지 미매각에 따른 LH 재무 부담이 완화될 수 있고 늘어난 주거 용지에서 주택 공급 물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수도권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최근 발주한 ‘지구단위계획의 유연성 확대와 관리체계 개선방안’ 연구 용역은 이러한 주택 공급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이다. 용역 제안서는 인구 감소, 온라인 쇼핑 등으로 인한 소비 패턴 변화로 공실 문제가 발생해 변화된 환경에 맞춘 지구단위계획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 수립 절차가 복잡하고 한번 정해지면 변경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며 “연구 용역을 통해 현재 실정에 맞는 공급 계획 방안을 그려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대선 공약에서 “공실 폭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가 부지의 주거 용지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국토부와 LH는 3기 신도시 내 탄약고 등 군 기지 이전을 서둘러 3기 신도시 공급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LH와 국방부가 실무협의체를 통해 논의 중이다.
이 외에도 이 대통령이 공약했던 △공공기관 유휴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주택 리츠를 활용한 공급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이 공급 방안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5년 단위의 ‘로드맵’이 신설되는 등 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주거 복지 로드맵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발표했다”며 “공공임대주택만을 위한 계획 법령화가 대통령 공약인 만큼 공급 확대를 위한 로드맵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책사로 알려진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취임 일성으로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청년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들을 위한 부담 가능한 주택의 공급, 주거 복지 차원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