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지방정부 3주년을 축하하기보다는 새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해드리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청 기자실을 찾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취임 3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생략한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비슷한 시기 대부분의 지자체장이 앞다퉈 기자회견을 열어 성과를 내보이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였다. 자신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경합했던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자리에 오른 뒤 김 지사는 일관되게 낮은 자세로 새정부의 성공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지사는 이날 당면한 화두인 재선 도전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도정 성과에 대한 자신감만은 숨기지 않았다. 경기도 안팎의 인사들은 김 지사가 이끈 3년 동안의 시기를 안정감 있는 정책 추진과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준비의 시간이었다고 요약하며 내년 지방선거 재도전을 확실시 하고 있다.
재선 도전을 위한 김 지사의 자산은 탄탄한 편이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지난 정부가 외면한 숙제를 경기도가 대신 시작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김 지사는 취임 이래 ‘기후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겠다’는 방향을 정하고 단순한 기후대응을 넘어선 ‘기후경제’라는 새로 개념을 내보였다. 지난 3년 동안 내보인 ‘경기 RE100’, ‘3대 기후 프로젝트(기후보험·기후위성·기후펀드)’, ‘도민참여형 기후행동’은 국제사회에서도 주목 받는 기후정책 모델로 성장했다.
‘기회소득’은 이재명표 ‘기본소득’과 오세훈표 ‘안심소득(현 서울디딤돌소득)’과 차별화된 영역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예술인, 장애인, 체육인, 농어민, 아동돌봄, 기후행동 실천 도민 등 총 6개 분야에서 실행돼 누적 수혜자 수만 30만 명에 달한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던 사회적 가치를 보상해주는 이 정책은 도민의 자존감과 삶의 질을 높이면서 동시에 사회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호평이 나왔다.
경제위기 속에 거둔 88조 원 투자 유지, 소상공인·자영업 5조 지원, 30만 혁신 일자리 생태계 구축 등은 경제통을 자처하는 김 지사가 내세우는 또 다른 자랑거리다. ‘360도 돌봄’과 ‘더(The)경기패스’는 사회안전망 강화과 교통복지차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같은 성과는 경기도가 지난달 18~23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절반이 넘는 응답자(58%)가 ‘일 잘하는 경기도’를 손꼽은 데서 확인된다.
다양한 성과에 비해 전국적인 화제성이나 도민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적인 면모는 아쉽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도정 전반에 걸친 느린 전개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K-컬처밸리’, ‘경기남부 광역철도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도정 현안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답답함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재선 도전이 유력하지만 김 지사 상황이 마냥 녹록한 것은 아니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반명(반 이재명)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분명 정치적 소득이지만, 그 위상 때문에 5년 동안의 이재명 정부 하에서 김 지사 운신의 폭이 좁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서다. 대선을 전후로 김 지사와 이 대통령 사이에 큰 골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파다하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경기남부국제공항 등 김 지사의 민선 8기 핵심 공약이 무의미해졌다 전망이 나도는 것은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대선 경선 이후 깨끗한 승복을 했고, 이재명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 새정부에서도 경기도 정책의 상당부분을 수용하고 있다”며 “최대 지자체로서 중앙정부와 협력할 사안이 많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 대통령 사이의 골을 풀어내는 것도 결국 김 지사의 몫이고 능력에 달렸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