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요즘 뜨는 먹거리와 패션, 뷰티템부터 핫한 브랜드 스토리, 숨겨진 유통가 뒷얘기까지 ‘송이라의 트렌드쏙쏙’에서 만나보세요!
고물가에 때이른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대충 냉장고 속 식재료로 요리를 하려 해도 불 앞에 서있는 것 자체가 힘든 날씨고요. 그렇다고 가볍게 치킨 한 마리로 끼니를 때우려니 3만 원에 육박하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적잖은 부담입니다. 새 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침체된 내수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형마트들은 최근 때 아닌 치킨전쟁을 치렀습니다. 초저가에만 지갑을 여는 소비자를 잡으려 고육지책을 쓴건데요. 한마리에 5000원으로 시작한 치킨가격은 대형마트 3사의 쫓고 쫓기는 가격경쟁 끝에 3000원대까지 내려갔습니다. 마트들은 고객몰이를 위해 1원 단위의 가격 경쟁을 서슴지 않으며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해부터 다시 뜨거워진 대형마트들의 가격 전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3000원대 치킨가격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번 치킨전쟁의 시작은 롯데마트가 끊었습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한 ‘통큰 세일’ 대표 품목으로 ‘통큰치킨’을 행사카드로 결제시 5000원에 판매한건데요. 사전에 준비한 10만 마리는 행사기간 내내 매일 오전에 동났을 만큼 인기를 끌었습니다. 롯데마트가 사용한 계육은 국내산 냉장계육 10호(951~1050g)로 BBQ·교촌 등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하는 크기와 같아 업계에서는 제대로 ‘통큰’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잇따랐습니다.
뒤이어 홈플러스가 이달 3일부터 6일까지 ‘당당 3990옛날통닭’을 3990원에 선보였고 마지막으로 이마트는 4일부터 6일까지 ‘고래잇 페스타 쿨 썸머세일’ 대표품목으로 ‘어메이징 완벽치킨’을 3480원에 판매했습니다. 당초 4000원대로 가격을 맞췄으나 홈플러스가 3000원대 후반의 치킨을 내놓자 단 사흘간만 3000원대 초반에 판매하는 초강수를 둔 것입니다. 이마트는 8호(751~850g), 홈플러스는 6호(551~650g) 냉장계육을 사용한 점을 고려하면 단순계산상 이마트 치킨이 가장 저렴하고 롯데마트, 홈플러스 순이었습니다. 세일 기간은 이마트가 사흘로 가장 짧았지요.
이쯤되면 2만 원이 훌쩍 넘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지나치게 거품이 껴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솟구쳐오릅니다. 마트 치킨 가격이 프랜차이즈의 절반이 채 안되니까요. 하지만 단순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대형마트는 4~5개월 전부터 가공닭 납품업체와 원가협상을 진행하고 식용유·파우더 등을 대량 매입해 치킨 단가를 낮춥니다. 여기에 마트 내 델리 코너에서 직원이 직접 닭을 튀기니 별도의 매장 임대료나 가맹·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지요. 자체 마진까지 최소화하면 이 가격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아침 일찍부터 오픈런을 해야만 겟할 수 있는 마케팅용 미끼 상품입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와 원가 협상력, 마진 최소화 등 3박자가 맞아야 초저가가 가능해진다”며 “치킨을 사기 위해 마트로 몰려든 고객들이 다른 상품들을 같이 구매하면서 마트 전체 매출 증가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꽃게·삼겹살·치킨까지...늘어나는 1원 전쟁
대형마트가 신선식품의 주요 유통 플랫폼이던 2010년대 중반까지 이같은 끝전 가격 전쟁은 심심치 않게 펼쳐졌습니다. 마트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가격 외에는 딱히 차별화 요소가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e커머스 위주로 유통시장이 재편되고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2020년대 들어서는 끝전 전쟁은 서서히 자취를 감췄지요.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전세계적으로 고물가로 돌아서며 지난해 다시 재점화됐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8월 말 있었던 꽃게전쟁입니다. 가을 꽃게는 통상 8월 21일부터 추석 때까지 판매하는 시즌상품으로 제철 꽃게를 먹으려는 소비자들로 넘쳐나는데요. 이마트가 지난해 8월 23 가을 햇꽃게 100g에 950원에 판매한다고 발표하자 다음날 롯데마트는 893원으로 낮췄습니다. 같은 날 이마트는 다시 주요점포의 꽃게가격을 880원으로 인하했습니다. 이후 쿠팡까지 가세하면서 8월 31일 꽃게가격은 100g당 792원까지 내려갔습니다. 약 일주일 만에 같은 상품의 가격이 16.6%나 떨어진 셈입니다.
마트간 경쟁은 올해 3월 삼겹살로 옮겨 붙었습니다. 이마트가 캐나다산 수입 삼겹살을 100g당 791원에 판매한다고 공개하자 홈플러스에서 790원으로 맞불을 놨고요. 이마트는 한층 더 내려 최종 판매가격을 779원까지 낮췄습니다. 가격 경쟁의 대상은 한우부터 삼겹살, 꽃게, 계란, 파프리카 등 다양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들어 가격 경쟁의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더 싸게 구입하려면 눈치껏 1~2주일은 기다리는게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지름길인 듯 합니다.
대형마트들은 3000원 대 치킨으로 고객몰이에 성공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당장 매출이 늘어도 큰 폭의 세일을 위해 판촉 비용을 크게 지출한 탓에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나(?) 물가 안정에 열심힌데도 정부가 이달 21일부터 지급 예정인 인당 15~45만 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대형마트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각종 정부정책과 e커머스의 공습 속에서 대형마트들이 어떻게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저글링하는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