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태광산업, 경쟁력 떨어진 석화 구조조정…신사업 추진 '시급'

■中스판덱스 공장 멈춘다

현지법인 3년 누적적자 1365억

석화·섬유 투자 계획도 백지화

中 경쟁사는 공격적 증설 '사활'

화장품 등 진출할 실탄 절실한데

교환사채 발행 막혀 '첩첩산중'

태광산업 본사 전경. 사진 제공=태광그룹태광산업 본사 전경. 사진 제공=태광그룹




중국발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에 휘말린 태광산업(003240)이 중국 스판덱스 공장의 가동을 처음으로 중단한다. 중국 경쟁사들의 잇단 대규모 증설과 더딘 수요 회복에 현지 설비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산업은 중국 공장 전체를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중국 법인인 태광화섬상숙유한공사의 스판덱스 생산 라인을 14일부터 일부 멈추고 향후 운영 방향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태광화섬상숙은 2003년 설립된 태광산업의 해외 스판덱스 생산 거점으로 총 3개 설비를 통해 연간 2만 7000톤 규모를 생산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우선 5500톤 규모의 생산 라인을 14일 가동 중단하고 설비 점검에 나선다. 태광산업은 이어 21일 생산 라인을 추가로 멈추고 다음 달에는 공장을 폐쇄하고 철수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산업이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의 해외 핵심 생산기지인 중국 태광화섬상숙의 가동 중단을 결정한 것은 석유화학 및 섬유 산업이 구조적 불황에 직면해 미래 성장성이 불투명하고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광화섬상숙은 최근 4년째 매출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3282억 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943억 원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적자 상태도 3년째 지속되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누적된 태광화섬상숙의 적자 규모는 1365억 원으로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중국 대형 섬유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중국 최대 스판덱스 생산업체인 후아폰의 지난해 기준 연간 생산능력은 태광화섬상숙의 10배인 20만 톤에 달하는데 현재 30만 톤을 목표로 증설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밖에 스판덱스 연간 생산능력이 3만~10만 톤 규모인 화신·화화이·헝셴 등 현지 주요 업체들 역시 각각 추가 설비투자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태광산업의 중국법인인 태광화섬상숙유한공사 전경.태광산업의 중국법인인 태광화섬상숙유한공사 전경.


태광산업이 중국 닝샤에서 추진하던 스판덱스 2공장 건설도 올스톱됐다. 앞서 태광산업은 2022년 태광화섬 닝샤유한회사를 설립하고 8600억 원을 투입해 연간 10만 8000톤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설비를 갖추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태광화섬닝샤는 지난해 5월 투자 중단을 결정했고 일부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해 회계상 손실 처리했다. 섬유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증설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공급과잉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 국내 업계가 모두 힘든 시기”라며 “생산라인 가동 중단 등 움직임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스판덱스를 비롯해 석유화학과 섬유 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울산 석유 2공장의 프로필렌 생산공장(연산 30만 톤)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최근 석유 3공장의 아세토니트릴과 아크릴 공장도 절반 이상 가동을 멈췄으며 나일론 등 역시 대부분 감산에 돌입했다. 앞서 태광산업이 LG화학과 합작사를 설립해 아크릴로니트릴(AN)을 생산하려던 계획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주력인 석유화학과 섬유 부문의 부진으로 재무 상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태광으로서는 구조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태광산업은 최근 구조조정과 신사업 진출에 내년까지 1조 5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투자 로드맵을 발표했다. 태광산업은 우선적으로 화장품과 에너지, 부동산 개발 관련 기업 인수와 법인 설립을 통해 새로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태광산업과 티시스가 공동 출자해 투자 전문 자회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를 설립했으며 첫 타깃으로 애경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실제 태광그룹은 최근 애경산업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가 선정한 쇼트리스트 4곳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보유 현금 이외에 부족한 자금을 외부 조달로 충당해 신사업에 진출하려던 태광산업의 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기초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인수 자금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와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이사 위법행위 유지’ 가처분 신청으로 EB 발행이 보류된 상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은 인수 후에도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며 “EB 발행이 무산될 경우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전을 끝까지 완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유민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