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5년 간 7000억 원을 투입해 정보보호 강화에 나선다. SK텔레콤 해킹 사고를 계기로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을 막는 보안 역량이 통신은 물론 인공지능(AI) 신사업 경쟁의 관건으로 떠오르면서 LG유플러스도 관련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홍관희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CISO)은 29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에서 “향후 5년 동안 정보보호 분야에 약 7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며 “연간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년 대비 30% 이상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회사가 투자한 828억 원을 크게 웃도는 연평균 1400억 원을 정보보호에 쓰겠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투자 확대를 포함해 전반적인 보안 역량을 높이는 ‘보안 퍼스트’ 전략을 소개했다. 우선 2023년 신설한 최고경영자(CEO) 직속 보안전담 조직 정보보안센터를 중심으로 보안 거버넌스(지배구조)와 예방, 대응 등 3대 역량을 강화하고 2027년까지 제로트러스트 보안체계를 완성하기로 했다.
제로트러스트는 내부 시스템에 접속한 사람의 신원을 끊임없이 검증해 해커가 침입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안체계다. LG유플러스는 구축, 확산, 안정화로 이어지는 단계별 제로트러스트 로드맵을 마련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2027년까지 인공지능(AI)을 통해 비정상적 접근 통제와 이상 행위 탐지 조치를 전면 자동화해 선제적 보안 체계를 확보하며 차세대 제로트러스트 아키텍처를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보안 예방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역대 최장기간의 블랙박스 모의해킹도 진행 중이다. 블랙박스 모의해킹은 외부 화이트해커 집단에게 자사 모든 서비스에 대한 해킹을 의뢰해 잠재된 취약점을 발굴하는 방식이다. 어떠한 사전 정보도 공유하지 않은 채 외부 전문가에 의해 실전처럼 보안성을 확인한다.
LG유플러스는 또 보안 퍼스트 전략의 일환으로 보이스피싱·스미싱 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풀패키지를 선보였다. 모니터링 단계에서는 AI 기반 대내외 데이터 통합 분석·대응 체계인 고객피해방지 분석시스템을 통해 24시간 보이스피싱·스미싱 위협을 탐지하고 스팸문자 차단, 악성 URL 접속 차단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LG유플러스는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악성 앱 서버를 직접 추적하고 있다. 회사는 이날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이 악성 앱 서버를 통해 악성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장악하는 방식을 직접 시연했다. 악성 앱 서버에서는 악성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에 걸려오는 전화를 모두 차단하는 것은 물론 범죄 조직이 거는 전화는 112, 1301(검찰) 등으로 표시되도록 조작할 수 있다. 또 피해자가 112로 신고해도 범죄 조직이 전화를 받게 만들 수 있다. 피해자 몰래 카메라를 실행해 위치 정보 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
홍 센터장은 “악성 앱이 설치되면 전화를 어디로 걸든 범죄 조직이 가로채게 되고, 스마트폰 카메라·마이크 등을 통해 실시간 도·감청이 가능해져, 피해자는 보이스피싱에 취약해지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된다”며 “시급한 보호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악성 앱 서버 추적을 통해 해당 서버에 접속한 이력이 있는 고객을 직접 확인한다. LG유플러스는 분석된 악성 앱 서버 접속을 네트워크 망에서 직접 차단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경찰에 알려 더 많은 고객을 보호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경찰에 접수된 전체 보이스피싱 사건 중 약 23%는 LG유플러스가 악성 앱 서버를 추적해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번째 범행 대응 단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고객에 대한 보이스피싱, 스미싱 시도에 맞서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악성 URL이 담긴 스팸문자 유포는 AI 기반 스팸 차단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스팸 차단 건수를 5개월 만에 1.4배 늘렸다.
범죄 조직이 전화로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AI 통화 에이전트(비서) ‘익시오’가 보이스피싱을 감지해 고객에게 경고한다. 기계로 조작된 음성도 안티딥보이스 기능으로 구별해낼 수 있다. 익시오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월 평균 2천여 건의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감지하고 있다.
마지막 ‘긴급 대응’ 단계는 자사 고객의 악성 앱 설치가 확인돼 즉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통신사가 수집하거나 외부 기관에서 제공받은 악성 앱 관련 데이터는 유관기관 정밀 분석을 거쳐 경찰의 현장 출동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절차를 밟는 중에도 피해자가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악성앱 서버 추적 등 자체 분석 결과 고객의 악성 앱 설치가 확인될 경우, 즉시 카카오톡을 통해 알림톡을 발송한다.
알림톡을 받은 고객은 전국 1800여 개 LG유플러스 매장에 상주 중인 보안 전문 상담사나 인근 경찰서의 경찰관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악성 앱 감염 알림톡은 지난 6월 30일 시행 이후 약 4주 동안 약 3천 명의 고객에게 발송돼 위급 상황을 전달했다.
LG유플러스는 범죄 조직의 실제 통화 패턴을 AI에 학습시켜 피해 우려가 큰 고객에게는 경찰 등이 즉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분석 시간과 실제 고객 보호 사이 간극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유플러스는 사회적 문제로 번진 민생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협동 정보보안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경찰에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업계 최초로 서울경찰청과 현장 공조체계를 구축했다. 피해 예상 고객 방문에 동행해 현장에서 악성 앱을 검출하는 등 실질적인 보호 활동에 나서고 있다. 또 경찰청과도 보이스피싱 범죄 확산 방지를 위한 민관 협력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보안을 위한 다각도로 협업하고 있다.
홍 센터장은 “LG유플러스는 국내 기업 중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보안의 중요성을 실감하면서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보안 수준을 높여 왔다”며 “앞으로도 전략적 투자로 빈틈없는 보안을 실현하고,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보안을 제공하는 통신사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