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이 1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집행이 무산됐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이 이달 7일까지인 만큼 특검팀은 빠른 시일 내에 물리력 행사 등을 포함한 방식으로 체포영장을 재집행할 계획이다. 다만 끝내 대면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란특검의 전례처럼 조사 없이 곧바로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특검은 체포 대상자가 전 대통령인 점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권고했으나 피의자는 수의도 입지 않은 속옷 차림으로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체포에 완강히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오 특검보는 “특검은 20~30분 간격으로 총 네 차례에 걸쳐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요구했으나 피의자는 체포에 계속 불응했다”며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물리력 행사를 자제했고 결국 체포 집행을 일시 중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피의자에 대해 차회에는 물리력 행사를 포함한 체포영장 집행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고지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들어갔다. 하지만 2시간여 만인 10시 50분께 빈손으로 빠져나왔다. 문홍주 특검보가 특검팀 소속 검사 1명, 수사관 1명과 함께 수용실 앞까지 직접 가서 교도관을 지휘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끝내 협조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구속 이후 건강 악화를 이유로 특검 조사와 재판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다만 내란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은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공모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이 전 장관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내란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으로는 두 번째 구속 사례다.
앞서 내란특검팀은 지난달 28일 이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직권남용,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계엄 선포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일부 언론사 단전과 단수를 지시받고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장관이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되면서 특검팀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고 의심 받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및 중진 의원 일부가 대통령실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 해제를 막으려 한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은 이르면 다음 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다시 소환해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당시 상황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 볼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특검 수사 대상 범위에는 국회 계엄해제안 의결 방해도 있다”며 “특정 정당에 한해서만 조사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 모두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